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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이고 순례기 <1>
목사가 걸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1097호] 2017년 07월 12일 (수) 14:56:31 이선학 목사(주사랑교회) webmaster@kehcnews.co.kr

   
필자는 지난해 9월 4일부터 31일 동안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를 걸었다. ‘까미노’는 ‘길’을, ‘산티아고’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이하 산티아고)를 뜻한다. 즉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말이다. 산티아고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으로 사도 중 최초로 순교한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전승에 의하면 야고보 사도는 배를 타고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파드론과 피니스테레로 추정)으로 와서 이교도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그의 포교활동은 실패에 가까워서 소수의 제자만 얻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결국 그는 헤롯에 의해 참수형을 당했고, 제자들은 그의 시체를 수습하여 이교도 여왕과 로마 사절단의 방해를 뚫고 세계의 끝 피니스테레(Finisterre)를 경유하여 리브레돈에 묻었다.

이후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까지 가는 길은 중요한 순례길이 되었다. 1189년에는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산티아고를 예루살렘, 로마와 더불어 성스러운 도시로 선포하였고, 기독교인들은 야고보의 성지를 순례하도록 명령하였다. 이후 관심이 사라져갈 즈음 1982년 교황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서는 처음으로 산티아고를 방문하면서 카톨릭 교도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1987년 EU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유럽의 문화유적으로 지적했고, 1993년 유네스코가 까미노를 세계문화유산에 추가하면서 순례자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7년 파울로 코넬료가 발표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연금술사’의 배경이 된 까미노가 사람들의 발길을 당겼다.

우리 나라에서도 산티아고를 소개하는 서적들, 영화, 그리고 TV 다큐멘터리의 영향으로 이 순례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필자 역시 서적들을 통해 이 순례길을 알게 되었고, 이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 길에 대한 정보를 얻고 순례에 대한 마음을 키워갔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여러 종류가 있다. 필자는 가장 대표적인 프랑스의 생장(Saint Jean Pied de Port, 이하 생장)을 출발하여 산티아고까지의 775km를 걸을 계획을 세웠다.

교회는 2015년부터 1개월의 안식월을 갖도록 허락했고, 2016년의 안식월에 야고보 순례길을 걷게 되었다.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있다는 산티아고까지 걷는 것도 귀하고 좋은 일이지만, 필자는 거기서부터 더 걸어 당시 세계의 끝이라고 여겨졌던 피니스테레, 그리고 야고보 사도가 대서양을 건너 도착했다고 알려진 무시아까지 걷고자 했다.

땅끝까지 가고자 했던 야고보 사도, 땅끝이 있는 서바나(스페인)를 마음에 품고 있었던 바울의 마음을 느끼고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까미노 협회에 의하면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775km, 피니스테레를 거쳐 무시아까지 약 120km로 약 900km를 걷는다. 대부분 가이드북은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30~36일 동안, 산티아고에서 피니스테레까지 3일, 무시아까지 하루 걸을 것을 제안한다.

까미노는 마을에서 마을로, 더 정확히 말하면 성당에서 성당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을마다 순례자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 알베르게가 있다. 8~15유로의 저렴한 가격으로 2층 침대에서 잘 수 있다. 먹는 것도 저렴하여 저녁 식사를 10~20유로에 즐길 수 있다. 흔히 1km에 1유로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항공료 제외), 최근 상승된 물가로 조금 더 든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먹고 입고 쓸 것을 가지고 이동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것을 챙겨 출발한다. 잘 갖추고 출발할수록 고생이다. 순례길은 내려놓는 길이라고 한다.

숙소 알베르게에는 순례자들이 버리고 간 책, 옷, 신발 등이 쌓여 있다. 등에 지는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 1/10을 넘지 않도록 권한다. 인터넷에는 배낭에 최소한의 것을 골라 챙기는 선배들의 조언과 아이디어가 넘친다.

체력의 준비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순례길을 완주하려면 매일 25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필자는 평소에 약간의 운동을 하지만 등산이나 걷기 등은 거의 하지 못했다. 2016년에 들어서며 교회 주변의 도당산, 원미산 등을 걷기 시작했다.

하루에 9km 정도에 이르는 길을 일주일에 2~3회 꾸준히 걸었다. 맨몸으로 걷기 시작하여 배낭을 매고, 그리고 등산용 폴을 짚으면서 걸었다. 인터넷에  노르딕 폴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동영상을 보고 연습한 것이 까미노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순례길은 새벽에 출발하여 오후 2시 이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 뜨거운 태양볕을 피하기 위해서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샤워하고, 그날 입은 것을 빨래한다. 필자는 속옷 3개와 상의, 하의 양말 모두 두 개씩 가져갔다. 그날 입은 것을 세탁하지 않으면 다음 날이 곤란하다.

오후의 쉬는 시간을 위해 매일 묵상할 말씀, 읽을 책을 편집하여 아이패드에 넣어 갔다. 하나에 수십 권의 책을 넣을 수 있고, 일기를 기록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이제 준비 완료, 출발하자. 순례길에서 사도들의 마음, 열정을 느끼고, 주님을 더 깊이 체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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