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목사
이스라엘 만큼 방학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겁니다. 특히 방학 이름도 우리에게는 매우 친숙한데 그 중의 하나가 유월절 방학입니다. 약 2주 정도 됩니다. 이 때는 온 가족이 모여 자유와 해방과 기쁨을 상징하는 유월절 예식을 가집니다. 이 예식에서 구운 고기와 함께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 한가지 있습니다. ‘쓴 나물’(히. 므로림, 출 12:8)입니다. 이 ‘쓴 나물’(히. 므로림, 출 12:8)은 애굽 땅에서 그들이 받은 ‘고난’을 상징합니다.

그 식물이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쓴 나물’을 가리키는 히브리어의 ‘므로림’(출 12:8)과 ‘괴롭게 한다’(룻 1:20 히. 헤마르, ‘괴롭게 하셨다’)는 말 모두 ‘쓰다’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마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처럼 고통을 상징하는 쓴 나물을 먹어야 기쁨과 자유의 상징인 유월절 예식이 완성됩니다. 우리의 인생도 가만히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삶의 기쁨도 있지만 때로는 고난과 고통으로 인해 낙망하기도 하고 절망하며 걸어갑니다.

2002년 대한민국에서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그 당시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대한민국 선수들의 약진은 정말 눈부셨습니다. 매 경기가 감격스러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한국과 이탈리아전 경기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후반전 42분까지 0-1로 지고 있었습니다. 중계하는 아나운서의 멘트는 거의 절망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기 3분을 남기고 설기현 선수가 동점골을 만들더니 연장전에서 안정환 선수의 역전골을 넣고 이탈리아를 상대로 끝내는 이겼습니다. 정말 짜릿했습니다. 그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가끔 대한민국과 이탈리아전의 녹화된 경기를 보곤 합니다. 그러나 그 당시 마음 졸이며 보던 때와는 달리 여유를 가지고 편안하게 그 경기를 지켜봅니다. 비록 우리가 후반전 42분 1-0으로 지고 있지만 절대 초조해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후에 있을 기막힌 대역전극을 기대하면서 0-1 스코어의 상황을 즐기기조차 합니다. 이제 곧 기막힌 연전극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살다보면 후반전 42분 1-0의 스코어 상태에서 뛰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의 고난과 고통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절망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마귀가 우리에게 휘두를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인 죽음도 어찌할 수 없는 하나님의 구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원과 부활은 성경 전체에 흐르는 핵심입니다.

고난과 고통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믿음만 있다면 조금 전 축구경기를 재방영하여 보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1-0으로 지고 있는 삶의 상황 속에서도 조금씩 여유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대역전극을 행하실 뜻이 있으시며 또 그 역전극을 이미 행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댓가가 바로 십자가입니다.

따라서 죽음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패가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을 신뢰함’, ‘하나님을 의지함’입니다. 그리고 ‘구원과 부활의 소망을 확신함’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믿음 뿐이라고 말씀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예수님 한 분이면 만족함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고난을 넉넉하게 감당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8장 18절에서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만일 그 영광을 이 세상에서 경험하였다면 우리는 고난의 때에 결코 낙망하지 않고 인생을 담대하게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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