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문제가 새 정부 들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새 정부의 정권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에서는 종교인 과세의 유예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담당 부서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내년 시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종교인 과세 유예 기간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정부는 교단별 간담회를 하고 의견수렴에 나설 뜻을 비쳤다. 간담회 일정은 미정이지만 종교인 과세를 위한 법제화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동연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유예기한이 종료되는 내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승희 국세청장 역시 “내년 1월 과세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년간의 유예가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종교인 과세가 논란이 되면서 개신교가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제도가 도입될 경우 가장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데가 개신교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2015년 처음 법제화될 당시만 해도 반대 일색이었으나 점차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목회자도 많다. 성도 중에서도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여론이 더 높다. 종교인 과세 시행에 있어서 더 한국교회의 눈치를 볼 일이 없어졌다는 의미다. 물론 종교인 과세를 아직은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종교인 과세를 무산시키기 위해 정치권 등에 외압을 행사하려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억측에 가깝다.

한국교회가 굳이 종교인 과세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부작용 등 예상되는 문제점은 반드시 사전에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도 처음 시행되는 조세정책인 만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칫 잘못되면 정부와 종교계가 충돌할 수 있고, 종교의 자유가 침해당할 개연성도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종교계와의 소통과 교감이 필요하다. 종교계의 자발적인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이는 필수적 과정이다.

정부는 2년간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종교계와 구체적인 조율이나 협의를 시도하지 않았다. 시행 6개월 남겨두고서야 각 교단과 간담회를 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흘리고 있다. 그것도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을 아직 밝히지 않은 채 말이다.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김진표 의원은 “종교인 과세 문제는 준비를 잘해서 국세청이나 세정당국에서 마찰 없이 과세할 자신이 있으면 유보할 필요가 없다”며 “그런데 이 분야 전문가로서 지금 제가 보기에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가 2년 유예안을 발의하겠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경우 그 혼란과 마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당장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기에는 과세의 기준과 범위의 한정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한국교회는 60% 이상이 소위 말하는 미자립 교회다. 목회자 대부분이 과세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사례비를 받고 있다. 과세는커녕 세금으로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가 대부분이다.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면 이런 가난한 목회자부터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종교인 과세는 시행 시점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전에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을 철저히 걸러낸 다음 시행돼야 한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와 상호 이해 그리고 협력을 통해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시범 운영 후 실시해야 조세 저항이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겠다면 이제라도 종교계와 소통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각 종단이 가진 고유한 영역과 환경을 제대로 파악해 모두가 이해할만한 과세 기준을 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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