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영 목사
느브갓네살 2세(BC 605~562)는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신바벨론이라는 세계제국을 건설하고 막강한 경제대국을 이루었습니다. 그의 아들 벨사살 왕(단 5:18)은 1,000명이나 되는 귀족들을 초청하여 엄청난 규모의 잔치를 열었습니다.

그의 부친이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성전의 성소에서 탈취해 온 제의용 금그릇과 은그릇을 가져오게 하여 그것으로 술을 마시며 우상을 높이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때, 사람의 손가락 모양이 나타나 왕의 자리 맞은 편 벽에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도 읽고 해석하지 못하는 그 문자를 다니엘이 읽었습니다. 그는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란 문자를 읽은 뒤 이렇게 번역하였습니다. “헤아리고 또 헤아리고 달아보았다. 나누겠다.” 그리고 이 말의 뜻을 해석하니 “이 나라의 시대를 계산하니 끝이 났고, 왕을 달아보니 부족할 뿐이어서 이 나라를 쪼개어 메대와 바사에게 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국방, 건설, 경제, 외교 등 어떤 분야에서도 흠잡을 데 없이 탁월한 지도자 벨사살 임금, 탁월하고 강력한 전제 군주에게 이 무슨 불온한 내용의 문서입니까? 그렇다고 그런 내용을 곧이곧대로 번역하고 해석하는 다니엘의 융통성 없는 처신은 미련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날 밤에 바벨론은 메대 바사의 군대에 의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BC 539) 바벨론의 멸망을 가져온 예언은 우렁찬 사람의 목소리나 신비로운 환상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나 전신(全身)도 아닌 손가락에 의한 글씨였습니다. 긴 문장이나 논리적 설명도 아닌 짧은 네 마디의 글이었습니다.

중세기는 학문적 자유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억압을 당한다는 의미에서 암흑시대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의적인 문자해석과 교리적인 기준으로만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던 교황과 교회는 하나님을 대신하는 신적 권위를 가지고 세속권력 위에 군림하였습니다. 종교적 형식에 귀의하여 정치권력을 인정받은 군주들은 백성을 살피는 일보다 주교와 교황의 눈치를 살펴 절대 권력을 유지하였습니다.

중세 암흑기는 절대군주와 종교귀족들에게는 지상천국과도 같은 시대였습니다. 종교권력의 타락은 마침내 하나님처럼 되어 인간의 죄에 대한 형벌까지도 용서할 수 있다는 면벌부(Indulgentia. 속죄장)를 판매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종교와 세속권력의 결탁으로 지탱하던 중세기의 공고한 체제는 마틴 루터의 항의문에 의해 치명적인 균열을 불러왔고 문예부흥과 인쇄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확산으로 유럽 전역으로 번져갔습니다.  

성당의 정문은 당시 거의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었으므로 루터는 이 곳에 붙인 항의문에서 비성서적인 면벌부 판매의 부당함과 오직 회개만이 속죄에 이르는 유일한 길임을 강력하게 주장하였습니다. 루터는 자신이 속한 교회의 사제직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신분보다 사명이 더 귀했기 때문입니다.

이 땅의 교회보다 하나님나라를 더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신학이나 교리체계보다 진리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후원하는 귀족들로부터의 재정적 지원의 중단이나 관계의 단절을 두려워하여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도우소서”라는 기도를 드릴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을 조직하거나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숫자 보다 성령의 권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성경에 근거하여 신앙의 양심을 걸고 당당하게 자기의 주장을 선포할 뿐이었습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올해 창간 27주년을 맞는 교단지 성결신문이 진리를 지키고 진실을 드러내고 미래를 내다보는 예언자적 기능을 당당하게 수행하는 손가락, 어둠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다가오는 시대를 선포하는 성결의 대자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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