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 10명 중 약 2명(19.2%)은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기독학생회(IVF) 한국교회탐구센터가 한국교회 성도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그 같은 결과가 나왔다.

개신교 인구를 약 1,000만 명이라고 볼 때 190만 명 정도가 교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는 2012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조사(10.5%)했을 때보다 두 배(8.7%)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교계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목회자와 교인들은 이러한 가나안 성도 현상을 애써 부정하려고 한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데 어떻게 크리스천으로 부를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가나안 성도는 우리 주변에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 수가 앞으로 더 늘어날 추세여서 오히려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제도와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을 따르지 않으려는 개인주의 성향이 팽배해서 기성교회 마저 부정하고 교회 제도권을 벗어나려는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평신도의 교회 선택과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현재 교인들의 3분의 1이 교회를 떠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22.1%는 교회에 소속돼 있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렇게 늘어나는 가나안 교인에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교회도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유럽 인구의 60%는 기독교인이지만 상당수가 명목상 기독교인이다. 이들은 유아세례, 장례식, 결혼식 등이 있을 때는 교회에 나오지만, 평소에는 교회 예배나 기독교 활동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한국교회도 이대로 가다가는 유럽교회처럼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공공연히 나온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새로운 과제는 가나안 성도를 막는 일이다. 가나안 성도들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교회를 떠나는 이유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가나안 성도에 대해 교회를 떠나는 행위 자체가 나쁘다고 몰아세우거나 교회에 반대 혹은 불만 세력이라는 비난을 일삼는 분위기였다.

교회를 떠난 것만 탓하고 그들을 이탈자로 취급하고 선을 긋는다면 그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게 만드는 일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이 곧 신앙을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이들도 항변한다. 이들은 신앙이 있으므로 교회로 얼마든지 돌아올 수 있다. 오히려 교회 공동체에 대한 갈급함이 더 클 수 있다.

가나안 성도는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고 세속화된 된 것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교회에 실망하거나 교회 자체가 싫어서 떠난 성도 중 73.8%가 ‘교회의 책임’을 꼽았다. 특히 목회자에 대한 불만으로 교회를 떠나는 사례가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나안 성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신앙 내용에 관심을 가지면서 동시에 한국 교회 내부의 문제를 갱신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교회 신뢰도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교회를 떠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교회가 이를 포용하고 내부에서부터 교회를 갱신한다면 가나안 성도의 수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가나안 성도들을 포기하지 않고, 이들의 영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교회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회의 본질을 회복할 때, 교회다운 교회가 될 때 가나안 성도는 교회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교회를 지키고 있는 성도들이 가나안 성도 대책에 먼저 발 벗고 나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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