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계교회, 갈곳 없는 지적장애인 보금자리 제공
사회 적응과 자립을 돕는 디딤돌 역할

강원도의 대표적인 폐광촌 도계에 있는 도계교회(김영현 목사)는 하루 종일 시끌벅적하다. (사)강원도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삼척지부 ‘삼척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센터장 박영만 집사)가 도계교회 내에 들어서면서 황폐해진 이곳 폐광촌은 해맑은 장애인들의 꿈이 자라는 곳으로 변해 가고 있다.

복지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장애인에 대해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세태 속에서 도계교회는 소외된 이웃인 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봄기운 완연한 5월 초순, 도계교회의 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찾았다. 

지적장애인의 꿈이 자란다
조용한 외부와는 달리 교회당 지하에 있는 센터에서는 도자기 공예 수업이 한창이었다. 물레질에 나선 장애인들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천천히 흙을 빚었다. 주의가 산만했던 이들도 있었지만 부드러운 흙의 질감을 느끼자 이내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새 미끈한 도자기 모양을 갖추었다. 도자기를 만드는 센터 가족들의 손끝에서는 어느새 희망도 함께 영글어 가고 있었다.

“언젠가는 모두 스스로 자립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살아요.”

이곳에는 하루 평균 30~40명의 장애인들이 찾아온다. 아침 8시 30분부터 모이면 오후 6시까지 센터에서 다한 수업과 체험 활동을 한다. 장애 정도에 따른 자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활훈련과 사회적응훈련 과 직업생활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등 자립생활센터의 서비스는 아주 다양하다. 미술치료, 종이공예교실, 축구교실, 컴퓨터교실, 댄스교실 등 다양한 수업도 있다. 한글과 수학교실, 일상생활 훈련, 예절교육 등 생활과 밀접한 교육이나 훈련위주다. 삼척 자립지원 센터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지적장애인들을 상담 케어도 하고 무료급식 사업도 한다.

스포츠 활동도 활발하다. 센터 내에 축구팀 강원 삼척동자FC 축구팀이 있다. 축구팀은 처음 출전한 전국대회에서는 10대 0으로 졌다. 하지만 갈수록 실력이 늘어나 몇 년 전에는 전국지적 장애인 축구대회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은 지적장애 국가대표로 불릴 정도다. 교회가 합숙 훈련을 위해 숙소도 제공하면서부터 성적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박영만 센터장은 “김영현 목사님이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장애인 역도 팀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교회 한 켠에는 체력증진을 위한 체력단련소도 있다. 지적 장애인들의 공예와 미술 등 작품 전시회는 삼척에서 굉장히 인기가 좋다.

이원진 씨(33세)는 “센터에서 배우는 미술 도자기 사물놀이 등 모든 것이 다 도움이 된다”면서 “매일 매일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말은 어눌해도 마음은 순수하고 맑았다.

이런 자립센터는 꿈이 현실로 바뀌는 작은 기적도 일어나고 있다. 김정숙 씨(35세)는 “센터에서 역도 연습을 열심히 해서 대회 나가 1등을 한적 있다”며 미소 지었다. 이곳에서 훈련을 받았던 육인영 씨는 지적장애를 극복하고 복지사 자격을 따서 지금은 자립센터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님의 품으로 장애인을 품다
이곳에 장애인자립센터가 세워지기 전까지만 해도 도계에서 장애인들은 갈 곳이 없었다. 골목길을 배회하거나 집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센터 사무국장 박현순 집사(도계교회)가 자신의 집에서 지적 장애인 돌봄을 시작했다. 여기에 박영만 집사(도계교회)가 합세하면서 지적장애인 사역이 본격 시작됐다. 주변의 달갑지 않는 시선도 있었지만 진심 어린 마음이 통했는지 장애인들이 한 두 명 씩 늘어났다. 공간이 부족해 컨테이너를 설치하기도 했지만 여러 장애인이 함께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딱한 사정을 눈여겨보고 있던 도계교회 김영현 목사가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사랑의 손을 내밀었다. 2005년 당시만 해도 지적장애에 대한 편견이 심할 때였지만 김 목사는 지적장애인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을 교회에서 열었다. 또 성탄절에 장애인들을 교회로 초청했다. 그리고 다음해 2006년  교회당 지하 교육관을 이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내주었다. 이렇게 도계교회는 지적장애인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폐광촌에서 교회 자체도 어렵고 힘든 일이 많았지만 지적장애인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쏟았다. 어려운 살림이지만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을 교회가 부담했다. 자립센터 운영을 위한 선교헌금도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바쳤다. 장애인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도배나 수리비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씻지 않고 나와 냄새도 나고, 가끔씩 장애인들이 소리를 지르면 이런 장애인을 꼭 교회에서 수용해야 되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와 뛰고 떠들기라도 하면 분위기가 경건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교회를 떠난 신자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도들은 진정한 사랑으로 센터 장애인들을 스스럼없이 대하고 챙겨주고 있다. 시간이 날 때면 장애인들을 위해 밥 짓고 청소도 한다.

센터장 박영만 집사는 “아이들이 떠드는 통에 목사님이 가장 피해를 보신다”면서 “센터 규모가 커지면서 자립센터의 물건으로 교회당이 다 찼다”고 미안해했지만 김 목사는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라며 허허 웃기만 했다.

“아이들이 엄청나게 먹습니다. 그래서 늘 밥이 모자랍니다. 그러면 목사님이 후원해주시고 모금해서 채워주십니다.”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하는 교회
자립센터가 들어온 후 도계교회에는 장애인을 위한 천사목장이 생겼다. 주일 오후에 장애인 위한 모임과 자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도계교회는 이렇게 장애인을 돕는 차원을 넘어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하는 교회가 되었다. ‘성전(聖殿)’으로만 인식되던 교회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곳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그래도 주변 인식이 가장 힘들다. 아직도 장애인 시설에 대한 편견은 심하다. 센터가 지난해 시에서 땅을 기증받아 새 건물을 지으려고 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박 대표는 지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몸에 껍질이 벗어지는 것처럼 마음이 깨끗해지고 순수해 진다”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작업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

장애인시설이 생겨나도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따뜻한 감성은 채울 수는 없다.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편견이 사랑으로 바뀔 때 우리는 소외된 이웃을 사랑하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다. 폐광촌에서 힘들고 어려워도 장애인들과 더불어 함께하는 도계교회 김 목사와 성도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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