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사라세니아(Sarracenia)라는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이 있다. 사라세니아는 꿀과 같은 단맛의 수액을 뿜어내는 잎을 가지고 있다. 그 단맛의 수액이 주는 유혹에 말려든 벌레들은 결국 그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다. 비슷한 식충식물 가운데는 네펜데스(Nepenthes)처럼 화려한 꽃을 피워 벌레를 유인하는 경우도 있다. 화분을 탐낸 벌레들은 그 꽃에 갇혀 허우적대다가 목숨을 잃는다.

▨… ‘나라다운 나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굳건한 안보’와 ‘창조경제’가 사라세니아의 꿀물이었음을 체험한 국민들은 대통령과 참모들의 커피 한 잔에서도 네펜데스의 꽃잎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 대통령이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국정역사교과서는 폐기하고, 기간제 교사의 죽음은 순직으로. 열광한 국민들은 넘쳐나는 요구에 스스로 취하고 있었다.

▨…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민주주의를 향한 촛불의 민심은 그 목표를 달성한 것일까? 다알(R.A. Dahl)은 지적했었다. “민주주의 이념을 전통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은 언제나 민주주의 이념과는 괴리되어 있다. 즉 현실은 비민주주의적이다. 왜냐하면 현실은 언제나 민주주의 이론에 위배되고 있기 때문이다.”(민주주의 체제적정론) 민주주의 수호자임을 외친 새 대통령은 이 지적을 받아들일까.

▨… 위정자가 바뀐다고 새 세상이 된다면 이 세상은 정말 살 만한 세상 아니겠는가. 자유, 평등, 박애를 내세우며 집권세력을 단두대에 세웠던 로베스피에르 역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것은 민주주의의 과정일까, 인간의 숙명일까. 폭죽처럼 터지는 국민의 요구는 ‘마, 고마하자’로 달래질 수 없음을 새 대통령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 우리 교단도 이 5월에 새 지도자를 뽑는다. 새 지도자로 교단이 새로워지기를 기대한다면 환상일까, 착각일까. 디트리히 본회퍼처럼, “나는 누구인가?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내가 어떤 사람이건, 오 하나님, 당신은 나를 아십니다.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본회퍼 묵상집)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새 지도자이기를 바라는 모든 성결인들의 환상이 무참하게 배신당하는 일 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과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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