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되어 온전해진 부부
"험난한 인생도 함께라면 든든”
암 투병 딛고 목회 동역
신학도·목회도·교육도 함께
신안군 지도에 대안학교 준비 중

5월 21일은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을 담은 ‘부부의 날’이다. 성경은 부부를 가리켜 ‘서로 돕는 배필’이라고 이야기한다. 부부 중 한 명이 목회자일 경우, 다른 한 명은 안팎으로 돕는 경우가 보통이다. 목회자가 받는 사역 스트레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 둘이 모두 목회자라면? 부부의 날을 앞두고 함께 도우며 목회의 좁은 길을 걷고 있는 부부를 만났다.

사내커플로 만나 목회 동역자로
김주석·정혜향 목사(성락교회 협동)는 올해 결혼 26년차로, 웃는 모습이 닮은 한 쌍이다. 미소만 닮은 것이 아니다. 이들 부부는 2013년 한 날 한 시 안수 받은 부부 목사이다. 목사 부부로 사는 것은 어떨까 궁금한 점이 많았다. 첫 만남은 신학교에서였을까?

“이랜드에 같은 해에 입사했습니다. 아내의 씩씩하고 당찬 모습이 한 눈에 마음에 들었습니다.”(남편) “오늘에서야 처음 고백하는 건데, 남편이 찬양을 잘 하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자꾸 제 앞에 와서 노래를 부르던데, 일부러 그랬나?”(아내) “응, 일부러 그랬지 뭐.”(남편)

사내 커플로 시작한 이들이 목양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는 파란만장하다. 김주석 목사는 1988년 군대에서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받았다. 그러나 신학 공부는 정혜향 목사가 먼저 시작했다. 정 목사는 워낙 사교적이고 성실한 성격이라 회사 생활을 잘 했었는데, 결혼 후 남편의 뜻에 따라 직장을 그만 두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답답함이 생겼다. 하나님만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인도하심에 따라 2005년 서울신대 기독교교육학과 학부 3학년으로 편입하게 됐다.

하지만 곧 고난이 닥쳤다. 정혜향 목사에게 갑상선암 진단이 내려졌다. 막 입학해서 공부해야 하는데, 목소리도 나오지 않고 감정 기복도 심해졌다. 그러자 김 목사가 나섰다. 한 학기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내를 태우고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그뿐 아니라 하루 종일 모든 수업을 같이 들었다. 교수가 출석 체크할 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아내 대신 대답하기 위해서였다. 필연이었을까. 신학수업을 듣던 김 목사는 그 이듬해 서울신대 신대원에 입학했다. 아내 덕에 한 학기 먼저 신학을 체험한 셈이다.

“전혀 고생스럽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내가 하나님 말씀으로 중심 삼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이 제게 의지가 되었습니다. 처음 만난 날부터 매순간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봤을 때 아내는 참 기독교인입니다.”

네 번째 자식 ‘슬로스쿨’ 낳다
정혜향 목사는 서울신대에서 기독교교육 석사 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박사 과정 중이다. 김주석 목사도 목회학 석사를 마쳤다. 이들은 작년 초부터 전남 신안군 지도(知島)에서 대안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정 목사가 받은 ‘교육자’의 비전과 김 목사의 ‘목회’ 비전이 한 데 어우러져 탄생한 ‘네 번째’ 자식이나 다름없는 사역이다.

이 대안학교 사역이 구체화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산고 그 자체였다. 이들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기까지 겪었던 것과 비슷한 고난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슬하에 삼남매를 두었는데 막내아들이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원인도 이름도 모를 병에 걸렸다. 예측할 수 없는 때에 손발에 심한 통증이 오고 몸도 혼자 제대로 못 가눴다. 한 번 통증이 오면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고 바닥을 기어 다닐 정도였다.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최소 출석일수만 맞춰 졸업할 수 있었다.   

작년 초, 이런 아들을 서울에 두고 부부는 오직 사역을 위해 지도로 내려갔다. 부부는 ‘아들이 수능을 치는 연말까지만 기다리겠습니다’하고 매달리듯 기도했지만 하나님의 응답은 단호했다. ‘당장 내려가라. 아들은 내가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정말 너무 큰 시험이었습니다. 몇 달 후 심장이 조여 와 토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고는 정말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아들의 심장에서 너덜너덜해진 종양이 발견됐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종양을 제거하자 6년을 앓았던 아들의 병은 감쪽같이 나아버렸다. 정말 하나님이 책임져 주신 것이다. 막내 아들은 지금 서울신대 신학과에서 공부하며 예비 사역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주석 목사와 주혜향 목사가 전남 신안군 지도에서 준비 중인 대안학교 ‘슬로스쿨’은 그나마 하나뿐이던 학교가 폐교되어 오갈 데 없어진 섬 아이들을 섬기는 ‘쉼터 같은 학교’를 목표로 삼았다. 부부가 십여 년 전부터 공동 비전으로 삼고 기도해온 ‘교육 목회’는 오는 9월 개교를 목표로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아직은 치러야 할 잔금도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부부의 삶 속에서 역사해오신 하나님을 생각하면 든든하다. 부부는 “어려운 아이들이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싶다”며 “슬로스쿨이 성결의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학교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부부로 함께함이 제일 감사”
하지만 집에서도 보는 배우자와 사역지에서도 종일 함께 한다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저희는 계속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점도 있지만 사소한 것이고, 부부가 함께 하면서 얻는 유익이 더 큽니다. 26년째 같이 살아보니 이제야 함께함의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는 것 같습니다.”

부부는 26년을 함께 살면서 두 명이 동시에 힘든 적이 없었던 것을 감사의 제목으로 꼽는다. 한 명이 침체를 겪으면 다른 한 명이 밀어주고, 그 한 명이 슬럼프를 겪으면 다른 한 명이 또 끌어주었기에 부부생활도, 사역도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고, 서로를 신뢰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부부 사랑의 비결이라는 김주석 정혜향 목사 부부의 말은 담백하면서도 울림이 깊었다. 인생의 태산도 험곡도 한 몸을 이뤄 지나왔기 때문일까. 또 한 번의 26년이 흐를 때까지 이 부부는 ‘둘이 한 몸을 이룰지라’는 성경 말씀을 살아내기 위한 신앙 여정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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