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총아래 무거운 짐을 벗고 안식하는 J형을 생각하며, 지난 날 함께 하였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회상하여 봅니다. 또한 만날 때마다 ‘교회에 짐이 되는 목회자가 되지 말고 섬기는 목회자가 되고, 유명한 목사가 되려고 하지 말고 신실한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충고를 주었던 말을 생각하며, J형의 바람대로 나는 목회자의 길을 바르게 가고 있나 자문하여 봅니다. 오늘 따라 문득 J형이 생각납니다.

얼마 전, 서점에서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왠지 마음이 끌리는 책 한권을 사서 읽었습니다. 유진 피터슨과 마르바 던이 함께 지은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The Unnecessary Pastor)’입니다. 달리 번역하면 ‘쓸모없는 목회자’라 할까요, 목회자로서 듣기에 좋은 말은 아니지만, 한번은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제목입니다.

그 가운데 일부 내용을 J형에게 보내 드리고 싶었습니다. J형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하늘나라에서도 한번 읽어 보아주십시오.

“많은 목회자들이 교인들의 기술과 경험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수집된 자료들은 전산화되어 주일학교 교실을 도색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할 때는 자료들을 뒤적거려 적절한 인물을 찾아낸다. 물론 목회자는 어떤 사람이 무슨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해서 그들을 적절히 현장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공동체 속에서 능력 있는 사람을 찾고 그들의 수준을 결정하는 이런 방법은 목회자로 하여금 교인들을 기능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데 있다. 그들이 신앙 공동체와 관계성 속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들의 능력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기능적으로 판단하면, 그들은 기능적인 단위로 변하고 만다. 목회자는 교인들을 능력에 따라 구분하지 말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인식해야 한다. 공동체 건설은 관계성에 바탕을 둔 사역이다. 교인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예수님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사랑과 용서와 소망과 은혜를 베푸는 선함과 바른 습관 위에서 사역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관리 방식과 조직의 목표를 우선시한다. 성령님께서 인격적으로 은사를 베푸신 이들을 기능적으로 이용하려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드는 것이다. 따라서 목회자들이 직무 설명서나 은사 확인서를 찾는 일을 그만둔다면, 교인들의 진정한 모습을 기쁨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 제시된 감독과 장로들을 위한 규율을 실어 놓았다. 그러나 여러 항목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직무 내용 설명서나 능력 수준을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

목회자가 보여주는 삶의 방식은 그가 지도자로서 적합한지 부적합한지를 가늠하는 척도다. 성경에서 직분자의 직무 내용 설명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성경이 보여주는 것은 인격 형성에 대한 관심이다.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온전하게 인도하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양육하는 것이 목회자의 직무다. 그 지도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들의 인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신앙 공동체를 파괴하는 주원인이 사람들을 기능적으로 구분하는 그릇된 리더십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앙 공동체를 그리스도 안에서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오늘날 리더십에 대해 설명하는 대부분의 내용들을 흔적 없이 내버려야 한다. 카리스마에 관한 언급은 모두 잊고 인격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라.

교회에서 지도자를 택하고자 할 때에는, 그리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는 인물, 평범한 인물, 깊은 감명을 주지 못하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들은 세상의 기능주의에 물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자신들이 행한 일이나 업적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숙한 인격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칭찬을 받으려 하고, 정력적으로 위대한 사업을 추진하며, 교인들 속에서 활력소가 되려는 이들은 바람직한 리더십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런 종류의 리더십은 분명 유익하고 많은 유익을 끼친다. 하지만 정작 공동체를 바로 세우려할 때에는 진정으로 사랑이 그 속에 역사하며 허다한 죄를 덮을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대 문화의 중요한 가치들을 버리지 않고 붙잡고 있으면, 공동체는 ‘교회 쇼핑객’들의 모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최대한 충족시켜주는’ 교회를 찾아다니고, ‘좀 더 앞선 음악들’을 사용해달라고 교회에 요구한다. 공동체가 조금이라도 자신들을 속박하려 하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다른 공동체로 떠나간다.

갈등과 긴장, 혼란이나 문제가 일어나는 시기는 진정한 신앙 공동체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달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여기에는 모든 일들을 철저히 성경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데 온 힘을 쏟는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J형! 목회상황이 J형이 이 세상에 계셨을 때와 같지 않습니다. 교회도 옛날에 비하여 거룩함과 순수함의 본질에서 이탈되어 가는 듯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탁월한 하나님의 종으로 사역을 잘 감당한 J형이 그립습니다.

J형, 그곳에서 하나님 아버지께 이 땅위의 교회들과 목회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 주십시오. 오늘 따라 목회자로서 첫발을 조심스럽게 내딛으며, 목회를 시작하였을 때 가까이서 선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J형이 더욱 그립습니다. 오늘은 이만 줄이고 다음에 또 저의 안부와 함께 고민의 글을 올리겠습니다.

J형, 나를 위하여 기도하여주십시오. 이만 맺습니다. 주님의 은총의 날개 아래 평안히 안식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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