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심장은 우리의 유산이다

손동식 목사
2007년 7월17일 화요일 저녁, 존 스토트(J. Stott)는 그의 생애 마지막 설교를 위해 그렇게 영국 중부의 케직 사경회(Keswick Convention) 강단에 올랐다.

86세의 ‘노사도’는 그 연로함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른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힘들게 강단에 올랐고, 참여자들은 그리스도의 교회와 복음주의 진리를 위한 그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감사의 답례로 기립으로 박수하였다.

한 세기 복음주의의 사도요, 주님의 신실한 말씀의 종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세례 요한과 같이 역사 속으로 조용히 퇴장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보자니 필자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가슴 뭉클한 감동에 압도되었다.

설교가 시작되기 전, 케직사경회 조직위원회는 그의 신실한 헌신과 봉사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영국식으로’ 선물을 준비하였다. 그 선물은 다름아닌 작은 ‘쵸코렛 박스’ 였다. 스토트는 잔잔한 웃음으로 답례하였다. 그리고 스토트는 ‘더욱 그리스도처럼(The Model: Becoming More Like Christ)’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생애 마지막 설교를 엄숙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회중에게 들려주었다.

설교를 마친 후 그는 회중에게 조용히 눈을 감고 침묵기도를 부탁하였다. 잠시 후, 청중이 기도를 마치고 눈을 떴을 때 스토트는 그 곳에 없었다. 스토트는 마지막 순간까지 회중의 주의를 온전히 주님께만 향하게 하고 그렇게 조용히 사라졌다. 그것이 필자가 기억하는 거인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리고 4년 후, 2011년 7월 27일 스토트는 마침내 하늘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요단강을 건너 그토록 꿈에 그리던 영광의 도성에 입성하였다. 그러나 이 위대한 복음주의의 거인은 그의 소박하고 조촐한 장례식을 통하여 진정한 복음주의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다시 한번 남아있는 자들에게 무언의 웅변으로 설교해 주었다.     

언젠가 스토트는 그의 책, ‘나는 설교를 믿는다’(I Believe in Preaching)의 서문에서 지난 교회의 역사 속에서 위대한 설교의 거인들로부터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 적이 있다. “설교는 교회 안에서 거의 2000년 동안 계속되어온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들의 사역 위에 특별한 축복을 내리셨던 과거의 위대한 설교자들로부터 아주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대와 다르다고 해서 위대한 설교자들의 모범들을 본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대사요, 말씀의 종으로서 신실하고 성공적으로 사명을 감당했던 거인들의 삶과 그들의 메시지를 반추(反芻)하는 것은 참으로 합당하다. 거인들의 삶의 발자취와 그들의 설교에 대한 회상은 길을 잃어가는 현대 설교자들이 나아가야 하는 미래의 나침반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면이 허락하는 한 함께 상고하고자 하는 거인들은 18세기의 존 웨슬리, 19세기의 스펄전, 20세기 우리 곁을 살다간 마틴 로이드 존스와 존 스토트이다. 그들과의 대화는 교회의 심장이었던 강단이 걸어왔던 길과 우리의 서 있는 지점과 가야할 길의 등불이 되어 줄 것이다.  

‘천로역정’에서 요단강을 목전에 두었던 ‘진리의 용사’의 고백으로 이 거인들의 심장을 가슴에 묻는다. “나는 내 아버지 집으로 가려 합니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수많은 어려움들을 겪기는 했지만 조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나의 칼은 내 뒤를 이어 순례의 길을 따라올 그 사람에게 줄 것이며, 나의 용기와 칼솜씨도 함께 그에게 드리려 합니다. 하지만 내몸의 상흔들은 이제 내게 상 주실 주님께 그 분의 전투에 나가 싸웠음을 증명하는 증거로 보여드리기 위해 그냥 가지고 갑니다.”

성경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복음을 꿈꾸었던 거인들의 유산이 우리 시대 힘있게 계승되며, 하나님께서 우리 시대 다시 그러한 설교의 거인들을 허락하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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