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복음전도를 개시하기 전에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결심한 바가 있었다. 그것은 십자가의 도 이외에는 전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오직 하나님의 뜻대로 죽든지 살든지 구원의 복음만 전하기를 굳게 결심하였다. 만일 다른 것을 전하면 저주 받으리라 결심하였다.” 이것은 초기 한국 선교사였던 마포삼열의 결심이었다고 교회사가 김양선은 그의 ‘한국기독교사’에서 밝히고 있다.

▨… “나는 죽음으로 주께 충성하려 하였으나 주께서 나에게 죽음을 주시지 않았다. 동시에 나의 역사에 충성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니 어찌 부끄럽지 않으며 유감되지 않으랴. …나는 주를 위해 죽겠다는 포부는 지금도 가지고 있다. 주께로부터 죽음의 잔이 내릴 때까지는 생을 영광으로 알고 그날그날 당하는 환경에서 용감하고 장쾌하게 현실에서 싸워보려 한다.”

▨… 이 글은 6.25 한국전쟁에서 납북 당해 순교한 우리 교단의 박현명 목사가 1934년에 활천에 발표한 글의 한 토막이다. 마포삼열이 복음전도자로서의 결의를 사도 바울을 인용하여 밝히고 있다면 박현명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죽음의 잔이 내려질 때까지 자신의 힘을 다해 감당할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 내려진 죽음의 잔을 마시므로 주의 뒤를 따랐다.

▨… 어떤 이들은 마포삼열의 ‘오직 십자가의 도만을 위하여’가 일제 강점기의 탄압을 피하고자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그리스도인들의 방패막이로 이용되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박현명은 일제의 심장 도쿄에서, 공산당 치하의 서울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현실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쾌하게 맞섰다. 그 결과가 납북이었고 순교였다. 십자가를 전하려 하기 보다 졌던 것이다.

▨… 우리 성결교회는 오직 십자가의 도만을 전파하리라는 사도 바울적 결의 위에 서 있다. 동시에 죽음의 잔이 내릴 때까지는 용감하고 장쾌하게 현실에 맞서려는 전통도 가지고 있다. 그 결과가 교단 폐쇄라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운이었음에도 우리 성결교회는 그 길을 갔다. 오직 십자가의 도만을 전파하리라는 표어를 방패막이로 삼아 오늘 나라가 두 쪽 나는 현실에서도 제살 길만 찾으려 한다면 뉘라서 그 모습을 자랑스런 성결교회로 인정해 주려 하겠는가. 사순절은 자신의 모습을 더 엄혹하게 살펴야 하는 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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