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탄핵안이 인용되는 순간이었다.(2017. 3. 10 오전 11:00)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시작된 탄핵심판은 92일 만에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 직에서 물러났다.

지역과 계층, 이념과 사상의 대립이 첨예하게 드러나 부딪쳤던 탄핵정국은 헌재의 판결로 끝이 났다. 이제 우리는 최고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법질서 수호 의지와 공무 수행에 대하여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판결 앞에 경건하게 서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는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며, 국가 권력이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바탕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은 동시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 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누군가의 자유와 권리의 주장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한계 규정을 두고 있다.

촛불을 들고 나라 사랑을 표현하든, 태극기를 들고 누군가를 지지하든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이며 권리다. 그러나 나와 다른 표현 방법을 틀렸다고 비판하거나 공격하는 것, 법질서의 문제를 여론의 압력과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행태다.

해방 직후, “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고, 일본이 일어나고, 되놈(중국)은 되나오니 조선 사람은 조심하세”라는 속요가 유행했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열강들의 다툼을 주의하라는 선각자들의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태극기를 들고 탄핵정국에 빠져있는 동안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어 한반도 정책이 달라졌고 태평양 전쟁의 주범이던 일본이 태도를 바꾸고, 친근한 웃음으로 다가서던 중국이 경제교역과 한류 열풍을 향해 표정을 바꿨다. 우리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의 중요한 문제와 함께 반만년 역사의 중대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민족의 정체성과 민족의 미래를 지켜야 할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고 하셨다.(막 1:15) ‘가까이’라는 말은 손을 내밀면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칼을 들었던 손을 내밀어 화해를 청하고, 탐욕으로 가득했던 손을 펼쳐 베품에 앞장서고 비난하던 손을 내밀어 쓰다듬기에 나서면 거기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선포하셨다. 주님은 산상수훈에서 평화를 이루는 사람(Peace maker)은 복이 있으니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라 하셨다.

경복궁의 정문, 태조 4년에 세운 광화문(光化門)은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온 세상에 빛을 비추어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라고 이름하였다. 이제부터 그리스도인들은 광화문에서 구호(口號)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고 세상을 지키는 소금이 되어야 한다. 태극기는 서로 다른 음과 양이 서로 선한 영향을 주며 순환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일치와 상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민족의 자주독립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교회가 이제는 그리스도 정신으로 건강한 통일 한국을 세워나가야 한다. 확인도 되지 않는 정보를 유통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이념과 사상, 신앙으로 위장한 애국심, 복음을 왜곡한 정치적 설교 등 한국교회가 사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력의 적폐가 너무도 심하다. 사순절을 맞아 미래의 역사를 내다보며 회개하자. 평화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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