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만교 목사
나는 후배 목사들에게 종종 “정치하지 말라”는 말을 해준다. 소위 ‘정치’라는 것이 얼마나 교회를 병들게 하고 목회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각 지방회의 정기지방회가 끝났다. 하지만 지방회들이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임원선거나 부서편성, 대의원선거, 지방회 분할 등으로 상처받은 목회자들이 많다. 이유는 ‘정치’라는 괴물 때문이다. 하긴 정치하다가 목회를 망친 목사들도 꽤 있다.

왜 이렇게 거룩한 교회가 정치로 인해 아픔을 당하고 괴로워해야 하는가. 이게 당연한 일인가. 이런 일은 결코 교회에서는 안 될 일이다. 정치는 거룩한 소명을 받은 목사나 장로가 할 일이 아니다. 나는 진즉 이런 정치를 가리켜 ‘어린아이 짓’이라고 규정했다. 시기와 분쟁을 일삼던 고린도교회를 향해 사도바울이 한 말이다.(고전3:3)

교회 정치는 필요악이다. 필요하긴 하나 대개가 악하다는 것이다. 선한 정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위대한 정치가, 모세같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서 민족공동체를 구하는 정치라면 누가 나쁘다고 하겠는가. 하지만 요즘과 같은 교회정치는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것이고 악하게 보시는 것이다. 교회에서 목사, 장로가 정치한다면 목적은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며,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이루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를 실현해야 한다.

가령, 지방회에서 대의원 선거나 임원선거를 놓고 보자. 당연히 믿음으로 행해야 한다. 제비를 뽑는 심정으로 왕 되신 하나님께 물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이 위임된 주권을 양심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방회는 축제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정치’이다.

지방회 하러 가는 날 부목사가 물었다. “지방회장은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요?” 나는 그 질문에 누구를 찍으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소견 발표가 있다고 하니 들어보고 선택하라고 말했다. 하나님의 통치에 맡긴 것이다.

물론 선한 정치도 있다. 선한 정치는 교회 공동체를 먼저 생각한다. 동역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신사적이고 인격적이다. 약한 자나 소수의 의견도 귀담아듣는다. 내 주장보다 ‘우리’를 생각한다. 하나 가졌으면 당연히 하나를 준다. 결코 화평을 깨뜨리지 않는다. 이해하고 세워준다. 교회에서 정치하려면 이 정도의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악한 정치 때문이다. 악한 정치가 교회나 교계에 팽배하다. 지연, 학연으로 갈라져 선후배가, 친구가 정적(政敵)이 되고 고소·고발이 난무한다. 악한 정치는 상대가 누구든 적으로 생각한다. 적은 대적해야 한다. 여기서 편 가르기가 나오고 술수가 나온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자파의 이익만 챙기려고 한다. 모든 것을 독식한다.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따로 없다.

이런 정치꾼들이 거룩한 교회에 판을 치고 있다. 정치가 뭐기에 동역자의 가슴에 소리 없는 총을 들이대는가. 이것이 교회를 파괴하려는 사탄의 궤계라고 하면 지나친 말인가. 정치하는 사람 치고 자기가 정치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사탄이 자기의 정체를 숨기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복음 전선에 선 동역자요, 동지요, 영적 전우들이다. 우리의 싸움은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다.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악한 영들과의 싸움이다. 단결해서 사탄을 대적해도 시원찮은데, 적전분열을 일으킨다. 이게 교회에서 목사, 장로가 할 짓인가. 양심이 화인 맞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신성한 교회에서 이런 짓을 하는 데도, 정치라는 명분 때문에 묵인해야 하는가.

이제, 편 가르기 정치를 그만하고 교회가 하나 되기 위해 기도하자. 예수님은 지상에 세워질 교회와 지도자들을 중보하시며 기도하셨다. 지금도 보좌에서 기도하고 계신다. 이 기도가 당신을 통해서, 당신이 섬기는 교회와 당신이 소속한 지방회와 우리 성결교회를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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