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

손동식 목사
오래전 한 설교학회를 참여했을 때이다. 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막 돌아온 발제자는 새로운 한 설교이론을 소개하며 자신이 지금 막 소개한 그 방법만이 위기에 있는 한국교회를 부흥시키며 새 시대에 걸맞는 유일하고 이상적인 설교 방법임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발제자의 발제내용은 필자에게 나름 유익하였다. 그러나 발제가 끝난 후 필자는 너무나 큰 궁금증으로 손을 들고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교회와 강단은 이제 돌아가거나 실수할 시간이 없습니다.

발제자의 주장대로 만약 그 방법이 그렇게 이상적인 방법이며, 성공적인 유일한 설교방법이라면 이미 수십 년간 그 방법을 적용한 그 나라에서 그 설교방법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을 터인데, 혹시 그러한 설교방법으로 부흥을 경험한 강단이나 교회를 소개해 주실 수 있습니까?”

필자의 질문에 안타깝게도 발제자는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실례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 옆에 앉아 계셨던 같은 신학교의 한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저도 교회에서 그 방법을 써 봤는데, 교회 권사님께서 저것이 설교인가 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잠을 자고 일어나면 신통방통한 설교 방법이라며 새로운 설교방법들에 관한 광고들이 쏟아져 나오곤 한다. 물론 그 모든 방법들이 나름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참으로 ‘검증된 방법’인가에 관하여 면밀히 살펴야 한다.

엄청난 정보들이 필터링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현대 설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한 가지는 ‘독립적인 혹은 비판적인 사고’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가하지만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고전 6:12)

모든 설교방법론들이 모든 설교자, 모든 교회의 회중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다. 설교자 개인의 개성과 달란트, 설교자가 처해 있는 목회적 정황(시골 혹은 도시)과 세대의 정황(늙은이 혹은 젊은이)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 정황에 대한 냉철하고 독립적인 자기 분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설교에서 유머의 장점과 유익을 안다. 유머는 회중의 관심을 유발하며 경직된 회중들의 마음을 여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그러나 가끔씩 천성적으로 유머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있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그 분이 할라치면 썰렁한 이야기로 변해버리는 탁월한 ‘얼음’의 은사를 가진 분이 있다. 이런 경우 설교에서 차라리 유머를 쓰지 않는 것이 유익하다. 왜냐하면 능숙하지 않은 유머 사용은 설교의 시작을 어색하게 만들거나 전체의 흐름을 오히려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삼국지의 관우에게는 5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청룡언월도’가, 짧은 키의 장비에게는 4미터 50센티의 긴 ‘장팔사모’가, 유비에게는 ‘쌍고검’이 가장 적합한 무기였다. 그들은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하여 자신이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전투에 임했다.

다윗에게는 사울왕의 화려하고 헐거운 갑옷과 놋투구가 아니라 초라해 보여도 물맷돌이 어울린다.(삼상 17:38~40) 마찬가지로 마틴 로이드 존스는 자신의 의학훈련을 기반으로 분석적이며 논리적 설교로, 스펄전은 그의 탁월한 은사인 상상력과 공감각적 설교를 무기로 성공적인 설교사역을 감당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말은 한 개인의 성장 뿐 아니라 모든 설교자의 설교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출발점과 도약대로 삼을만하다.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정확히 아는 설교자만이 약점을 극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함으로 설교에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교학의 무기고에서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설교방법들을 연구하라! 그리고 영적인 전장(戰場)과 시대를 연구하고 가장 잘 맞는 무기로 출전하라! 승률이 배가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