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기충(宋期忠)이 선산부사로 있을 때에 소송을 하는 삼형제가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가 유산을 막내에게만 주고 맏이와 둘째에게는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사는 일부러 그 아버지가 고루 나누어 주지 않은 것을 꾸짖으며 풀을 묶어 인형을 만들었다. 그 인형을 소송하는 형제의 아버지라 칭하고 그 형을 시켜 잡아 끌게하니 그 말대로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둘째도 마찬가지였다.

▨… 막내 아들의 차례에 이르자 “비록 풀로 만든 인형일지라도 이름을 지었으니 어찌 잡아 끌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제가 차마 하지 못할 일입니다”하고 이를 피하였다. 부사가 탄식하기를 “자식을 아는 데는 아비만한 이가 없다고 하더니 너희 아버지가 너희들을 살펴 보아서 밝게 알았구나. 막내 아들에게 홀로 후하게 한 것이 당연하다”하고 내쫓아 버렸다.(고상안의 ‘효빈잡기’, 한글역·민병수)

▨… 사람에게는 해서 안되는 일도 있음을 밝혀 주는 글이다. 한 세상을 살면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알게 모르게 저질러버리는 경우가 어찌 한 두 번일까. 그 때문에 살아온 세월이 쌓이면 쌓일수록 회한만 깊어지는 게 우리네 범인들의 고칠 수 없는 병통 아닌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았을 때 뉘라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나는 한 적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 성직자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교회는 항상 개혁하는 교회여야 한다”는 종교개혁자들의 구호가 새삼스러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그 개혁의 대상으로 꼽히는 첫째가 목회자의 자질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잖는가.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거하리라”(요한복음 15:10)는 말씀은 회한만 쌓이는 인생을 예측하시고 주신 것일지도 모른다.

▨… 그렇더라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교단을 향하여 삿대질하고 침 뱉는 일만은 삼가야 한다. 비록 풀로 만든 인형이라도 아버지라 칭하였을 때는 잡아끌지 아니 했는데 자기 마음에 못마땅하다고 교단의 결정에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면 어찌 성결인이겠는가. T.S.엘리엇의 ‘칵테일 파티’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 대부분의 말썽은 중요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 교단의 중요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분들이 좀 귀 기울여 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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