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제도 등 은퇴 후 생계 위한 구체적 대안 필요
목회자 부부 상담 등 원로에게 역할 부여해야
100세 시대를 맞은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은퇴 이후의 삶이다.
기대수명이 80세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60대 이후에는 은퇴하기 때문에 20년 이상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목회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70세에 은퇴하더라도 상당수가 10년 이상 은퇴 목회자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은퇴 목회자의 삶과 사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목회자들이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노후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대안을 살펴봤다.
국민연금연구원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목회자의 34%는 노후를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목회자 10명 중 4명 정도(40.5%)는 은퇴 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사례비의 규모에 상관없이 매달 안정되게 들어오는 수입이 줄어들거나 끊겨 안정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목회자들에게 은퇴는 더 큰 걱정으로 다가온다. 이런 은퇴목회자들의 팍팍한 삶은 교회에도 부담이 되고 심각할 경우에는 갈등과 분열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연금 뿐이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연금제도를 도입해 실행하고 있는 교단은 우리 교단을 비롯해 8개 교단이다. 이중 우리 교단은 연금제도가 체계적으로 발달되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목회자의 약 70%가 소속되어 있으며 납부한 금액에 비해 보장받는 액수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금액에 대한 부담으로 중도 해지하거나 납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매월 임대료와 사역비, 생활비도 감당하기 힘든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연금은 또 하나의 부담이 된다. 이런 이유로 연금을 해지하거나 포기하면서 은퇴 후 안정된 삶마저 일찍 포기하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방회 차원의 지원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많은 지방회에서 작은 교회를 위한 선교비나 전도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재정이 어려운 교회의 목회자 연금납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100%가 힘들다면 50%나 30% 등 차등 지원도 고려할 만하다. 실제로 교역자공제회는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순회 공청회에서 지방회 차원에서의 지원을 제안할 계획이다.
은퇴 목회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경제적인 부분 외에도 사역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은퇴 전까지 새벽예배를 비롯해 수요, 금요철야, 주일예배 등 바쁘게 사역했지만 은퇴 후에는 모든 사역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공허함을 겪는 것이다. 원로목사로 추대되는 경우에는 한달에 한번이라도 강단에 서지만 그렇지 못한 목회자의 경우에는 예배드릴 교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교를 하고 싶어도 설 강단이 없고, 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출석할 교회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물론 은퇴 후의 삶과 사역은 목회자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몇몇 목회자의 경우에는 순회 설교자로 사역을 이어가거나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하며 제2의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은퇴 목회자를 위한 잡지도 발간되어 은퇴 후 삶에 대해 다양한 방법들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회와 총회 차원에서의 관심과 이들을 위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세상에서 한 가지 일에 30년 이상 몸 담았던 사람을 장인이라고 부르며 조언을 구하는 것처럼 30~40년 이상을 목회에만 전념했던 은퇴목회자들의 목회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외부에 드러내기 힘든 목회자 부부 상담과 같은 코칭 역할도 감당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고령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한국교회도 목회자의 은퇴 후의 경제적 안정과 삶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