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으심을 묵상하고 체험하면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대망(待望)하는 시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순절을 맞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실천하는 시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순절 절기가 중요하지 않을 때가 없었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각오와 다짐 속에 보내야 될 사순절이 아닐 수 없다. 사상 유례없는 국정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는 시점에서 맞이하는 사순절이기 때문이다. 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지금 한국교회를 돌아보면, 갱신해야 할 과업도 산적해 있다. 

때마침 3.1절을 기해 사순절이 시작된다. 일제의 강점을 박차고 독립 쟁취를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3.1 독립운동, 그 이후 우리는 일제의 더 큰 탄압 아래 고난의 세월을 보내야 했지만 3·1정신으로 마침내 민족의 해방을 맞을 수 있었다. 이는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맞는 사순절 정신과 맞닿아 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시련과 고난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더라도 믿음을 지켜 사순절 정신을 실천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이기고도 남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사순절을 계기로 국난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사순절의 정신을 이 땅에 실천하고 예수 부활의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 사랑으로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을 감당하신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민족의 소망이요 새날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교회는 먼저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의 길로 나아가는 순례자가 되어야 한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사순절로 지켜야 한다. 자기를 죽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고난주간 내내 묵상하고 고심하며 결단해야 하는 과업이다.

우리가 사순절 기간에 우리 자신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의 부족하고 결핍된 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영적인 양식의 결여, 본질 문제에 대한 응답의 결여, 삶에 대한 희망의 부재는 결코 안락하게 살면서는 발견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또한 우리가 사순절에 기억해야 할 것은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일이다. 십자가의 희생 제사가 지닌 의미를 묵상하고 그 참 의미를 삶 속에서 실천하고 행동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가 행하는 금식과 절제가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동참한다는 고행적, 금욕적 의미도 있지만 이웃사랑을 위한 실천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절제함으로써 인간의 쾌락과 본능을 뛰어넘는 예수의 삶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기도 하고, 고통과 죽음을 통해 송두리째 자신을 인류에게 내어놓은 예수의 희생과 사랑을 따르려는 제자 됨의 도리이기도 하다. 주님이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된 것처럼 사순절의 절제와 금욕적인 삶이 예수께서 보여주신 이웃사랑의 형태로 드러나야 한다는 의미이다.

교회가 절기를 지키는 것은 결코 형식주의가 아니다. 바르게 절기를 지킴으로 주님을 더 깊이 묵상하고, 주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이 걸어가신 그 길을 좇으려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믿는가를 고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백에 따른 행함이 뒤따라야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온전히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힘들고 어렵겠지만 신앙생활의 가장 근본이 되는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사순절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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