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을 뜻하는 라틴어 ‘콰드라게시마’(quadragesima)는 ‘40일’을 의미하는데, 초대교회 성도들이 부활절을 맞이하기 위해 40일 동안 주님의 십자가와 죽으심을 집중적으로 묵상했던 관습에서 교회의 절기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순절의 영성은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세례의 영성’이다. 본래 세례는 자연인으로서 나의 욕망과 이기심과 모든 세상적 가치관을 버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나 이제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인생을 새로이 재정립하여 살겠다는 결단과 헌신 속에서 받는 것이었다.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교회에 처음 발을 딛기 시작한 후 3년 동안 철저한 교육과 생활의 변화를 통해 이것을 실천하였는데, 사순절 40일 동안은 이 훈련의 절정이었다. 기존에 세례를 받은 신자들 역시 사순절을 자신들이 받은 세례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갱신하는 일에 힘쓰는 기간으로 삼았다.

마틴 루터가 당시 성도들에게 “여러분의 세례 가운데 살라!”고 촉구한 것은 사순절의 영성을 잘 표현해 준다. 모든 성도가 자신이 처음에 받았던 세례를 떠올리고 죄를 회개하며 자신을 갱신하는 기간으로 보내기에 사순절처럼 좋은 기간은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금식과 기도와 자선의 영성이다. 금식의 올바른 목적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확립하고 개선하며 자신의 삶을 변혁시키려는 것이다. 금식과 기도 그리고 구제는 음식이나 시간, 돈 등 세상에서 가치있게 여기는 것들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취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내어버림으로써 우리는 그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들을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순절은 항상 수요일부터 시작되는데, 이 사순절의 첫날을 교회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또는 ‘참회의 수요일’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이날 예배에서 목사가 물에 적신 재(Ash)를 가지고 성도들의 이마에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라”고 말하는 순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재가 의미하는 것처럼 인간의 죄와 유한성 그리고 인생의 무상함을 분명히 인식하고 기억하며, 따라서 언제나 하나님의 용서와 도우심을 구하면서 살아갈 것을 깨우치기 위함이다. 또한 부활주일 전 3일(성목요일, 성금요일, 성토요일)은 ‘성삼일’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관한 신비가 집약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성도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 안에서 새롭게 부활하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혼란의 위기 속에서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정파간의 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이 온 나라를 둘로 찢어놓고 있다. 촛불은 촛불대로, 태극기는 태극기대로 각자 자신들의 주장으로 광화문을 온 서울을 뒤덮으려 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자신들의 주장과 다르게 나오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헌재의 심판이 혼란과 갈등을 매듭짓는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고 폭발시키게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2017년 사순절은 우리 그리스도인들부터 시작해서 모든 국민이 자신의 것 즉 자신의 이념과 주장을 내려놓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금식과 비움이라는 사순절의 영성이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과 신념을 내려놓는 것으로 실천되기를 바란다. 마치 영원을 살 것처럼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흙으로 돌아갈 자신의 운명을 잠시 망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재를 뒤집어쓰는 사순절의 정신으로 각자의 주장을 내려놓을 때, 작금의 혼란은 우리 대한민국에게 위대한 기회로 전환될 것이다. 정경유착과 부패의 사슬 등 자본주의적 모순은 물론 부패한 권력과 신성불가침적 권위주의 등 모든  잘못된 주장들이 거짓으로 판명날 때에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하게 될 것이다.

죽으셔서 부활하사 모든 것들 위에 뛰어나게 되신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먼저 죽어야만 다시 살아 부활생명의 풍성함을 누리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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