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하루 보내세요’ 출근길 인사가 ‘전도’
따뜻한 캔 커피 건네며 미소 띤 인사로 전도
13년 째 변함없는 전도
출근길 바빠도 거부감 적고 불편한 표정도 찾아볼 수 없어

“오늘도 주님과 함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추위가 매서웠던 2월 15일 이른 아침, 일산역 2번 입구에서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조용하면서도 상냥한 말로 전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산교회 전철 전도대원이다. 이들은 출근길 시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면서 따뜻한 캔 커피를 건넸다. 밝은 미소로 출근하는 주민들을 배웅하고 응원하는 것이 전도의 전부이다.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떠들썩한 전도 보다는 티슈 안에 넣어둔 ‘메시지’로 대신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구령 열이 적은 것은 아니다. 전철 전도대의 전도 준비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새벽기도회부터 전철역 전도를 위한 기도가 뜨겁게 울렸다. 일산역으로 출발하기 전, 곽장준 목사는 “오늘도 영혼을 변화시키는 복음을 능력을 부어 달라”고 기도하고 전도대원들을 격려했다. 출근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야 했다. 곽장준 목사와 전도대원 등 17명은 두꺼운 외투와 마스크 등 중무장 한 채 역사로 바쁘게 움직였다. 

아직 어둠이 깔린 일산역에 도착한 전도대원들은 광장 한 귀퉁이에 짐을 풀고 자리를 잡았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대원들은 ‘일산교회’가 적힌 어깨띠를 매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전도 준비를 했다. 한 팀은 시민들에게 나눠줄 캔 커피와 전도지를 분배하고, 이를 받아든 전도대원들은 광장과 역사로 오르는 계단 입구 등 다섯 군데로 흩어져 출근길 시민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역사 안에서 전도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역사 안에서는 전도를 할 수 없다. 모진 찬바람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나마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전도대원들은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7시 10분이 넘자 약속이나 한 듯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역사로 종종 걸음을 치며 다가왔다. 대원들은 한 명이라도 놓칠 세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인사하며 따뜻한 캔 커피와 휴대용 티슈를 전했다. 

하루를 기분 좋게 하는 전도
밝은 인사와 함께 건네는 캔 커피에는 거부감이 없었다.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캔 커피와 전도지를 스스럼없이 받았다. 그동안 교회 앞에서, 거리에서 전도할 때 봤던 불편한 표정이나 반응은 찾을 수 없었다. 요즈음에는 거리에서 뭐를 줘도 시큰둥한데 한 시민은 커피를 두 손에 꼭 쥐고 “참 따뜻하네요. 감사합니다”하고 인사까지 건넸다. 따뜻한 캔 커피가 금새 동이 나자 다른 대원들이 재빨리 채워주었다.

10분 남짓 지났을까. 추위로 인해 얼굴과 귀가 빨개졌다. 손발이 시리다 못해 오그라들 정도였다. 지칠 만한데도 대원들은 추위를 이겨내며 전도에 여념이 없었다. 그나마 이 날은 추위가 덜한 편이지만 한 겨울에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재철 장로는 “오늘 날씨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귀마개에 마스크까지 완전 무장을 해도 너무 춥습니다. 바람이 쌩쌩 불면 그야말로 몸이 얼어붙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초창기부터 전철역 전도를 해온 신 장로는 “왜 힘들지 않겠어요. 처음에는 감기 들고 병드는 사람도 많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단련되었지요”라고 답했다. 

그래도 가장 추위가 매서웠던 지난 1월부터는 임직후보자들이 전철전도에 참여하고 있다. 전철역 전도는 임직 후보자들이 거쳐야 하는 필수 훈련 코스이다. 노방전도에 익숙해져야 가족과 지인에게도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곽장준 목사는 “관계전도에 앞서 노방전도를 경험해야 담대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출근길 전도는 30분이 안돼서 끝이 났다. 준비한 캔 커피가 모두 소진 됐기 때문이다. 바쁜 출근길이지만 노방전도를 호의적으로 받아 주었기 때문에 빨리 끝이 난 것이다.

장동훈 집사는 전도가 끝나자마자 광장에 떨어진 휴지와 담배꽁초를 주웠다. 지금은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지만 이전에는 전도가 끝나면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주우며 청소활동도 했다. 새벽부터 집을 나선 전도 대원들은 이렇게 추위에 떨면서 전도활동을 벌이다가 임무를 마치고 흩어져 각자 출근길에 올랐다.

사람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는 전도
흔히 노방전도는 마음보다 시간만 뺏는 낡은 전도라고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일산역에서 만난 전도 풍경은 달랐다. 몹시 추웠지만 웬지 모를 따뜻함과 푸근함이 있었다. 추운 겨울, 자연스레 따뜻한 커피를 권하면서 미소를 건네는 전도가 바쁜 출근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성실함이 준 선물이었다. 아무리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라도 1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꾸준하게 이런 전도를 하다보니까 서로 친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도대원들의 생각이다. 전철 전도가 출근길 시민들을 배웅도 하고 응원하는 장이 되면서 시민들과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곽장준 목사도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곽 목사는 “길을 가다보면 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인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전도하고 지역 섬김을 하다 보니까 주민들이 알아보고 먼저 인사도 하고 아는 체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산교회의 전철역 전도는 서로 관계를 맺기 어려운 현대인과 관계전도의 좋은 스타팅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13년 꾸준한 전도 신뢰 높여
일산교회의 전철전도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자는 취지에서 2004년부터 시작됐다. 경의선이 전철화되기 전에는 일산 기차역에서 매일 전도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구역별로 돌아가면서 요구르트를 나눠주면서 전도를 했다. 때론 역사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시민들의 눈총도 받기 일쑤였다. 곱지 않는 주변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 그렇다고 전도를 멈출 수는 없었다. 매일 하던 전도를 일주일에 한번으로 바꾸었다. 경의선이 전철화 되고 일산역사가 신축되면서 전철역 전도대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전도 팀은 그때부터 구(舊)일산출구 광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다. 초창기에는 주로 노년의 권사들이 전도를 맡았지만 이제는 전철 전도대원들이 이 일을 맡고 있다.

임은택 집사는 “10년 넘게 전도하니까 이젠 전도가 몸에 밴 것 같다”면서 “이제는 다들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곽장준 목사가 전철 전도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 큰 힘이 되었다고 대원들은 귀뜸했다.

물론 쉴때가 있다. 전철 전도가 유일하게 쉬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다. 전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우산을 들고서는 제대로 받지도 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상한 것은 전철 전도대가 수요일에 쉰 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신재철 장로는 “이상하게 수요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더라고요. 예보에는 비가 온다고 했지만 정작 전도하는 날에는 그쳤어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일산교회가 전철 전도를 시작한 후 주변 다른 교회도 역사에 나와서 전도를 했지만 매주 꾸준하게 하는 교회는 없다. 

이런 일산교회의 전철 전도는 지난 13년간 꽤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그저 캔 커피와 전도지를 전달했을 뿐인데 자진해서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 교회를 떠났던 사람이 일산교회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는 어느 여름에 “이렇게 꾸준하게 전도하는 교회라면 꼭 한번 다니고 싶다”며 교회를 자발적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는 일산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다가 인천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집 주변의 다른 교회로 옮겼지만 지금까지 당시 약정한 건축헌금을 일산교회로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전도 현장에서 쌓은 신뢰가 교회를 옮긴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도를 경계하던 역에서도 성탄절이 되면 역사 안에서 따뜻한 차를 나눠달라고 요청해오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산교회의 전철 전도대는 ‘노방전도는 더 이상 안 된다’는 편견을 펑 뚫고 오늘도 쾌속 질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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