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2년째 OECD 국가 중 1위로 인구 10만 명당 29.1명꼴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층의 사망 원인 중에 1위가 자살이고, 노인 인구의 자살률도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의식 속에는 ‘이 나라가 희망이 없으니 빨리 뜨라’며 선동하는 ‘헬조선’에 이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젊은층의 자기비하는 정도를 넘어섰다. 이 같은 지나친 자기 비하는 우리 사회 내부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청년들의 발목을 잡을 뿐이다.

자살은 질병이다. 재발하면 전염된다. 자살의 재발을 막을 수는 없을까? 덴마크는 2000년대 자살 시도자의 수를 특별 관리를 통해 34%에서 14%로 줄였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이것을 알아채는 주변의 작은 관심이 중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자살로 이들을 내모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 공동체의 무관심과 함께 해결해야 할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국내 노인 자살자 수는 한 해 600명이 넘는다. 노인 자살자들은 대부분 신체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질병 종류는 당뇨병이 가장 많았고 고혈압, 신장병, 파킨슨씨병, 암, 간경화, 뇌졸중, 전립선 비대증, 관절염 등이다. 노인 자살자의 70%가 사망하기 전 3개월 동안 직업을 갖지 못했다. 사망 당시 월 평균 소득도 50만 원 이하가 55%로 가장 많았고, 50만~100만 원이 20%로 뒤를 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하위계층도 있다.

자살자들이 경고 신호를 보내는 방식은 다양하다. “내가 먼저 갈테니 건강히 잘 지내고 있으라”고 직접 죽음을 언급하는가 하면, “천국은 어떤 곳일까?”라며 사후세계를 동경하는 말도 한다고 한다. 말 대신 행동으로 자살을 암시하기도 하고, 현금을 다량 인출해 가족에게 전하거나 평소와 달리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인의 자살이 음주와도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자살자의 39.7%는 술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5.6%는 술 때문에 직장 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등 음주가 자살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심리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동네병원 중심의 ‘정신질환 조기발견 시스템’ 구축 등 종합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청소년과 노인을 자살로 내모는 뒤틀린 사회 속에서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Seneca)’는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격려는 없고 그보다 더 강력한 활력소는 없다”고 했다.

교회가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교회가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공동체 사역도 제안하고 있다. 소외되기 쉬운 청소년들과 노인들에게 서로를 책임질 수 있는 공동체를 제공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교회가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과 자살자를 위한 예배, 유가족을 위한 위로와 설교 등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천신학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하고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명 존중 문화를 조성하므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면 자살률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어려운 시대에 교회는 다각도로 이 사회의 아픔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교회가 희망을 주어야 한다. 실제적으로 도움을 주며 교회가 희망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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