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담 한토막. 어느 영국인이 아프리카의 식인종에게 사로잡혔다. 영국인이 경황없는 가운데서도 살펴보니 식인종 추장은 지난 날 영국에서 자신과 동문수학했던 적이 있었다. 영국인이 말했다. “당신은 영국 유학까지 했는데 아직도 야만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까?” 식인종 추장이 대답했다. “나는 영국 유학 이후 식사 때는 반드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합니다.”

▨… 산림처사이면서도 남명 선생은 항상 작은 칼을 차고 있었다. 이양원이 경상감사가 되어 선생을 찾아 뵈었을 때 물었다. “칼이 무겁지 않습니까?” 남명이 대답하였다. “어찌 무겁겠는가. 내 생각에는 그대의 허리에 두른 금대(金帶)가 더 무거운 것 같은데”라고. 이양원 경상감사가 사죄하며 말하기를 “재능은 부족하면서 소임이 무거워 감당해내지 못할까 두렵습니다”라고 하였다.(‘남명별집’, 한글역·민병수)

▨… 포크와 나이프만 사용하면 야만의 굴레를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식인종 추장 한 사람뿐일까. 허리에 두른 금대 곧 책임의 무게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이양원 한 사람 뿐일까? 인육을 먹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니 식사예절은 지키고 있다는 논리에 갇히거나 금대로 상징되는 권력에만 연연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를 망각하는 사람이 지금이라고 없을까.

▨… 언제부터인가 촛불과 태극기 앞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버글거린다. 정치지도자라는 금대의 무게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자세로… 어떤 사람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에 벌어질 국민의 양분 현상 곧 대립과 갈등을 우려하지만 대통령 하겠다는 통 큰 사람들은 큰 바위 얼굴 같은 모습으로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 촛불의 원조인 레흐 바웬사가 말했다. “나는 영웅이 아니다.(…)노동자들이 나를 밀어준다. 왜? 내가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계산해서 말하지 않는다. 나는 제도가 어떤 것이든 간에 진실과 정직에 바탕을 두지 않는 사람들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진실, 그것은 인간이다. 진실에 거역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사람은 진실을 파괴할 수 없다.” 바웬사의 금대는 진실이었다. 태극기와 촛불 앞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금대의 무게를, 진실이 인간임을 알고는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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