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가 잘 생겼다

이성훈 목사
유럽의 지붕이라고 여겨지는 알프스 산맥의 줄기 중 하나인 발칸 산맥에는 불가리아의 특산 장미의 산지가 있습니다. 맑고 차가운 공기를 먹고 자라는 발칸 산맥의 장미는 어느 지대에서 자라는 장미보다 그 향기가 매우 진하고 깊습니다.

특별히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딴 장미잎은 그 향이 짙어서 가장 향기로운 비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스러지는 꽃들이 수 없이 많습니다만, 진한 향수를 내고 다시 태어나는 발칸의 장미는 특별한 은혜를 입은 식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그런 은혜를 받은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 한번 왔다 가는 인생입니다. 그저 이 세상 의미없이 살다가 밥이나 축내고 끝낼 수 있었던 그러한 존재를 하나님이 불러주셔서 그 분의 나라와 의의 가치를 일깨워주시고 또 그 목적대로 살아갈 수 있는 은혜를 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모세가 그랬습니다. 그는 레위인 아버지 아므람과 어머니 요게벳에게서 태어났습니다. 모세가 태어나던 때는 모든 히브리인의 갓 태어난 아이를 죽이라는 바로의 명령에 따라 그 역시 죽었어야 할 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모세의 부모들은 모세를 석달동안 숨겨두었습니다. 그 이유는 모세가 ‘준수’하였기 때문입니다.(출 2:2)

이 말씀은 모세가 다른 아이들보다 예쁘고 ‘잘생겨서’(개역개정)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에게 예쁘고 사랑스럽지 않은 아기가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에서 모세가 ‘준수하였다’(히. 토브)는 말은 단지 모세가 ‘잘 생겼다’는 말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생각한대로 성경이 모세의 외모에 대한 언급을 하고 싶었다면 히브리어의 ‘야페’라고 하는 말을 사용하였을 것입니다. 히브리어의 ‘야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꽃미남 수준의 미남형을 표현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준수하다’(출 2:2)고 하였을 때 성경은 ‘야페’란 말 대신 ‘토브’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은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분께서 보시기에 ‘좋았더라’(히. 토브) 하실 때에도 사용되었습니다. 히브리어의 ‘토브’라고 하는 말은 단지 ‘좋다’라는 의미를 포함하여 거의 ‘완벽하다’라는 의미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이 창조하신 최초의 세상은 인간의 죄로 인하여 오염되기 전에는 ‘완벽하였다’는 말입니다.

출애굽은 새로운 역사를 향한 출발의 신호탄으로써 또 다른 창조의 시작이었습니다. 출애굽이 노예로 전락했던 이스라엘을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신앙공동체로 새롭게 창조하시려는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가시화 되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세가 ‘준수하였다’(히.토브)는 말은 앞으로 전개될 구원의 역사에 있어서 이 일을 수행하기에 모세가 매우 적합하였다는 말입니다.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누가는 사도행전에서 모세가 ‘준수하였음’(출 2:2)을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웠던 자’(행 7:20)라고 정확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아마도 모세의 부모는 하나님이 계획 속에 모세를 택하셔서 그 일을 이루시기로 작정하셨음을 직감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은혜 입은 사람들입니다. 그저 왔다가 흔적도 없이 갔어야 할 먼지에 불과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런 우리를 하나님이 불러주셔서 이 세상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감히 동참하게 하여 주셨으니 정말 우리는 복 받은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분께서 주신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할 뿐 아니라, 그 사명을 잘 감당 후에도 우리는 무익한 종이었음과 우리는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는 고백을 가지고 하나님의 교회에서 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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