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가 되니 주변 목회자들의 전화가 불통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신년목회계획을 세우기 위해 잠행했다는 소식이다.

매년 같은 과목을 강의하는 선생님들도 강의안을 매해 작성하는데, 한 해 목회를 계획없이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교회에서 장기목회를 하면서 매년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과업이다. 단기, 중기, 장기 비전을 세우고 매년 그것을 위해 미션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각고 끝에 계획을 발표하면 일각에서 변화와 개혁의 물결을 좇지 못해 교회가 뒤쳐진다하고, 어떤 이들은 추상적인 비전만 제시하여 실행할 것이 없다 한다. 가시적인 비전을 내놓으면 세상 돌아가는 사정도 모르고 일만 저지른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성장이 계속 되기만 하면 이런저런 소리 들어넘길만 할텐데 수년을 정체된 상태로 그 얼굴이 그 얼굴이면 꼭 찍어 책하지 않아도 목사는 스트레스성 중병을 얻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교회는 매년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돌리느라 분주하고, 어떤 교회는 예배, 교육, 전도, 봉사, 친교 중 돈독한 친목으로 이탈을 방지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 세례요한과 예수님의 비전이다. 이 단순한 비전을 개 교회의 비전으로 각색하기 위해서 목회자는 연자 맷돌을 지고 사는 중압감을 느끼게 된다.
비전 제시는 대단히 중요하다. 비전을 보면 목적이 보이고 목적이 보이니 방향이 보인다. 아울러 무엇을 해야 할지 한 눈에 일이 보인다.

근자에 많은 교회들이 교회 비전을 세우고 선언문을 만들어 선포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매년 실천적인 미션을 제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계획대로 결과를 도출하기는 더욱 어렵다. 목회자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필자는 오래전에 기업의 혁신경영기법을 접목하여 비전을 선포하고 실천해 왔다. 첫째가 지역과 지구촌에 복의 통로가 되는 것, 둘째가 지역의 문화와 가치관을 선도하는 것이다. 그 미션으로 선교와 복지를 양축으로 전진하는 교회로 방향을 잡고, 두 바퀴를 만들어 힘차게 달려왔다. 한 바퀴는 교회 자체 법인을 만들어 지역복지관을 세웠고, 한 바퀴는 한 해에 한 개 이상 해외지교회를 봉헌하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와 가치관을 선도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초청하여 시민들에게 서비스하였고, 영어 열풍에 부응하여 유명 강사를 초청하여 영어 시연회를 하기도 하였다. 이제 장례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교회 자연장지(自然葬地) ‘성결낙원’ 조성을 추진하여 금년 내 완공을 목표하고 있다.

이만하면 성도들이 봐줄만한데 대표기도하는 이마다 목사님의 새로운 비전이 성취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니, 본인들이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천국백성답게 살고, 그 모습보고 나도 예수믿겠다 따라오는 사람 있으면 됐지 뭘 자꾸 목사더러 새 비전을 내놓으라하는 지 참으로 비전유감이다.

이러저러하여 비전선포를 하고 그것을 실천하느라 여념이 없었건만 뭐 교회가 대단히 성장한 것도 아니라 동역자들과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비전을 넘어 ‘브랜드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브랜드’ 시대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아파트도 브랜드가 뜨고, 동네 시장은 브랜드가 없으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드디어 교회도 브랜드로 승부가 결판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일본에 무슨교회 지교회가 설립된 후 매주 주변교회의 신자들 수십명이 빠져나가 그 교회로 옮겨서 그 교회는 순식간에 수백명이 회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도시의 어지간한 교회들도 청년들 찾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청년들이 청년목회 브랜드로 뜬 교회로 몰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화 작업에 착수해 보기로 하였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유행가처럼 브랜드는 그저 만든다고 되는 것인가.

안성시(安城市)는 “장인의 혼이 살이있는 세계적인 예술문화 도시, 안성맞춤 도시”라는 25자를 만드는데 전문용역비로 5천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교회 브랜드를 만드는데 돈을 들이고 용역을 줄 수는 없는 일이요, 홀로 전전긍긍 각고 끝에 교회 브랜드를 만들어 선포하기는 했다. 이 또한 과연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

명품족이 인품족인줄 착각하고 사는 시대에 명품브랜드교회에 다녀야만 명품신자인줄 알고 사는 신자들을 보며 참으로 브랜드 유감이다. 탄식한다. 예수님을 닮아 사는 것이 비전이고, 예수 이름이 브랜드 그 자체가 아닌가? 그래도 꼭 브랜드가 필요한 시대라면 명품교단 만들기, 명품교회 만들기, 명품목사 만들기, 명품신자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봐야 할 것이다.

개구리는 멀리 뛰기 위해서는 다리를 최대한 움츠린다고 한다. 기독교의 정체가 확산을 위한 움츠림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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