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르사코프 증후군(Korsakov's Syndrome)이라는 말이 심리학에서 쓰여지고 있다. 일정한 자아상이 없으며, 유동성이 심한 상태에서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을 전혀 찾지 못하는(no identity) 사람들에게 사용되어진다. 심한 진행성 기억상실증 때문에 신경의학자들은 치매의 일종으로 분류하지만, 새로 지어낸 기억은 때때로 까맣게 지워진 기억과의 차이 때문에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특성이 있다.

▨… 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자아상은 끊임없이 변하는 유동성을 갖고 있다.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어느 때는 자신이 의사라는 확신에 젖는다. 그러나 기술자를 만나면 그 이전의 기억은 사라지고 기술자가 된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그 모습 때문에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라는 신경과 의사는 “이것이 그 영혼을 잃는다는 의미인가?”하고 자문하기도 했었다.(박성모, ‘한생’)

▨… 여성편력과 도박으로 번번이 가산을 탕진했었던 도스토옙스키는 그 멈추지 못한 광기 때문에 현대라면 코르사코프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었을 것이다. 시쳇말로 장안의 지가를 올리는 작품들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쓰고서도 도박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그는, “사람의 얼굴에서 그렇게 괴로움이 겹겹이 쌓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는 친구의 증언이 기록으로 남게끔 하였다.

▨…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중학생 딸을 살해한 이모 목사와 그 부인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확정했다. 이모 목사의 지인들은 이모 목사가 일심 선고 이전에 이미 철저할 만큼 자포자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쩌면 그 또한 코르사코프 증후군을 앓았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조금 더 일찍 목사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더라면 존경받는 하나님의 종이 될 수도 있었으리라.

▨… 새해 들어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출범했다. 한국교회 15개 교단이 연합의 깃발을 들어올린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는 기독인들은 코르사코프 증후군을 앓았던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사를 알기에 미심쩍기만 한 마음이다. 앞으로는 교파연합운동을 내세우면서도 뒤로는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챙겼던 똑똑한 분들의 과거 행태가 여전히 답습된다면 한국교회는 코르사코프 증후군 언저리를 계속 맴돌아야 할 것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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