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훈 목사
교단 선교부의 초청으로 지난 11월 개척교회목회자들 70명이 중국을 다녀왔다. 여행 중, 고속도로 공중화장실에서 소변기마다 적어놓은 위 문구를 만났을 때 흡사 내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다가서는 한 걸음이 문명으로 가는 하나의 큰 걸음’이란 뜻 아닌가. 한국식으로 하자면 ‘한 걸음 앞으로!’ 혹은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쯤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낀 그 글의 힘은 컸다. 화장실의 작은 글귀조차도 문명을 논하는 중국의 대국본능이 남다르게 느껴짐은 무엇일까?

최근 온 나라가 ‘최순실의 국정농단사태’로 들끓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며 국민 누구도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나는 정부와 국회와 검찰과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상식적인 수준에서만 알뿐 전문적 지식은 알지 못하며 알 필요도 없다. 그것은 언론의 공표 하에 전문가들이 직무에 맞게 잘 하면 될 일이다. 다만 기억해야 될 사실은 지도자와 공복은 자신의 한 걸음마저도 국민을 위함(serve)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헌데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사건에 즈음하여 언론에서 드러나는 일이란 참으로 기가 막힐 뿐이다. 매일 매일 신기원에 가까운 뉴스들뿐이다. 대한민국이 요즘처럼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뉴스들을 매일같이 쏟아내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런데 주목할 일은 그 뉴스라는 것 모두가 ‘부끄러운 일 뿐’이라는 것이다.

파렴치한 사이비종교(?)라 할 만한 지극히 상식도 없고, 기준도 없고, 법도 없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일탈자 한 사람에 의해 온 나라가 놀아났다는 사실에 국민은 분노하는 것이다. 투표했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손목이라도 자르고 싶은 심정이다. 왜 소시민들이, 엄마들이, 샐러리맨들이, 어린아이들까지 등에 업고, 안고, 유모차에 태우고 힘들게 광화문에 가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할 텐데… 기막힌 현실이다.

청와대 담장이 너무 높은 것일까? 아니면 거기엔 공중파와 인터넷방송, SNS를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특별장치라도 했단 말인가. 박근혜정부와 청와대에서 백성들의 고충과 아픔을 전하는 이가 왜 없었는가? 청와대가 진정한 간신(諫臣)은 없고 간신(姦臣)만 우글거리는 담장 안이 되고 말았는가. 생각하기도 싫다.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의 심장부만은 믿고 싶었고, 믿으려 했고, 믿고 싶다. 담장 안, 거기에도 최소한의 양심적 애국자가 있다고 믿고 싶다.

이 시대에도 직무에 충실하고 자기 본연의 일을 멋지게 행하는 사람, 화장실 소변기 앞에서도 문명(文明)을 논하는 수많은 공인(公人)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고 믿는다. 친박이니 박사모니 하는 이들의 행위 때문에 가슴이 아프고 뉴스가 부끄럽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소시민과 함께 머지않은 장래에 내일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만들어 가리라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