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과 관련된 난해구절 연구

‘실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창 49:10)

창세기에서 메시아와 연관된 내용 가운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창 49장 10절에 등장하는 ‘실로’이다. 야곱의 유다를 위한 축복기도 속에 들어있는 이 단어는, 아람어 탈굼이 번역하고 있듯이 유다지파에서 나오게 될 메시아를 지칭한다.

“규가 유다를 떠나지 아니하며 통치자의 지팡이가 그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기를 실로가 오시기까지 이르리니” ‘규와 통치자의 지팡이’는 모두가 유다지파 출신으로 이스라엘의 통일왕국을 수립한 다윗왕권과 관련된다. 그런 다윗왕권이 ‘실로’가 오심으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의 ‘실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에 대한 해석으로는 ‘실로’를 고유명사로 보지 않고 ‘그것이 속한 자’(the one to whom it belongs)를 의미하는 단어로 보는 입장이 있다. 그런 해석을 위해서는 모음을 바꾸어 ‘셀로’로 읽을 필요가 있겠지만 자음 중심의 히브리어에서는 그런 조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럴 경우 ‘실로’는 ‘그것’ 곧 규(통치자의 지팡이)의 본래 주인인 메시아를 지칭하는 용어가 된다. ‘실로’를 메시아와 연관시켜 이해하는 것과 유사한 표현으로는 에스겔 21장 27절에 나오는 “마땅히 얻을 자”(whose right it is)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는 ‘아셀르 로’라는 히브리어가 사용되는데, 그것은 ‘셀로’와 같은 내용의 산문체 표현이다. 물론 에스겔 본문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예루살렘 멸망이므로 그가 마땅히 얻을 것이란 올바른 심판을 뜻한다. 하나님의 통치는 심판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창세기와 에스겔의 두 구절은 같은 내용을 표현하고 있는 대응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메시아가 탄생하게 될 베들레헴은 왜 ‘작은 곳’인가? (미 5:2)
이사야와 동시대에 활동하였던 미가 선지자는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시기 800여 년 전 베들레헴을 메시아의 탄생지로 예언하였다.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베들레헴은 해발 760m 높이의 산지이다. 유다 지파에 속한 이곳의 고대 이름은 ‘에브랏’이다(창 35:19; 48:7). 그래서 이곳은 ‘유다 베들레헴’ 혹은 ‘유다 베들레헴 에브랏’(룻 1:2)이라고 명명되기도 한다.

베들레헴은 주전 14세기 아마르나 문서에 기록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베들레헴 근처에는 이스라엘의 조상 어머니 중 한 분인 라헬이 묻힌 무덤이 위치하고 있다. 한 때 이곳에는 블레셋 수비대의 군영이 배치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베들레헴의 중요성을 드러내주는 것은 이곳이 통일이스라엘 왕국을 건설한 다윗 왕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베들레헴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 그런데도 미가는 베들레헴을 ‘유다 족속 중에 작은 곳’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작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짜이르’는 ‘나이가 어리다’는 뜻인데, 여기에서 ‘작다’ ‘중요하지 않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미가가 다윗 왕의 출신지 베들레헴을 왜 ‘작은 곳’이라고 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성경이 인물의 출생지보다 그가 지닌 자질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나사렛 예수’처럼 개인 이름에 출신지명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 이름만 사용하였던 당시 사회에서 성(family name)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관습이었다. 아버지의 이름을 사용하여 ‘누구의 아들’이라고 부르는 것도 성을 붙이는 다른 방법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다윗은 통일 이스라엘의 왕으로 추대되면서 새로운 도읍지로 예루살렘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다. 다윗은 당시 여부스족들이 살고 있던 예루살렘을 점령하여 새로운 수도로 삼으면서 그곳을 ‘다윗성’이라고 불렀다. 이는 다윗이 자신의 출신지 베들레헴이 아닌 새로운 왕도 예루살렘과 더욱 깊이 관련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가를 통하여 메시아의 탄생지로 베들레헴이 부각된 것은 유다지파 가운데에서 미래의 통치자가 나올 것이며 그 메시아는 베들레헴 출신 다윗의 자손이라는 점 때문이다. 베들레헴은 메시아로 오시는 그분을 담는 그릇에 불과했다. 미가 본문에서 메시아의 출신지 베들레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의 근본인 ‘상고’와 ‘영원’이다. ‘상고’로 번역된 히브리어 ‘케뎀’은 ‘앞’이란 뜻으로 가장 ‘앞선 시간’을 의미한다. ‘영원’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예메이 올람’은 ‘오랜 기간’이란 뜻으로 과거와 미래 모두를 포괄하는 전체성의 시간을 의미한다.

비록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하겠지만, 그의 본질적 출생지는 이 땅과 상관없는 하나님의 영원이다. 그런 점에서 메시아의 출생지 베들레헴이 ‘작은 곳’인 것은 그의 본질을 더욱 드러내기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이 땅에서의 베들레헴이 아무리 크고 중요하다고 해도 메시아의 근본인 ‘영원’에 비하면 아주 ‘작은 곳’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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