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권사(하저교회) "다 타버린 집, 신앙의 불씨 돼"

이정희 권사(하저교회·사진)에게 2년 전 추수감사주일은 ‘불’로 기억된다. 토요일 저녁까지 교회 주방에서 추수감사주일 만찬을 준비하고 딸과 함께 잠시 외출했다 돌아와보니 집이 온데간데없이 타버리고 없어졌던 것이다.

“가진 거라곤 입고 나갔던 옷밖에 없었어요. 다행히 가족들이 모두 외출했을 때라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은 모두 타버린 후였습니다.”

그렇게 망연자실한 상태로 가만히 앉아 있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나님 너무 감사합니다. 비록 집은 타서 없어졌어도 온 가족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나왔다고 한다. 옆에 있던 딸이 ‘어떻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했지만 그 감사는 이정희 권사의 진심이었다.

다음날 교회에 가서도 간밤의 이야기를 쉽사리 할 수 없었다. 추수감사주일로 온 교회에 가득한 축제 분위기에 폐가 될까봐 걱정도 됐고 아침부터 분주한 목사님에게 부담을 주기는 더더욱 싫었기 때문이다. 오후에야 어렵사리 손동식 목사에게 간밤의 화재 소식을 전했고, 이 권사의 사려 깊음에 목회자와 교역자들이 오히려 당황했다고 한다.  

사실 이 당시 이 권사의 가정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가 자꾸 임금을 체불해 속을 많이 끓이던 때였습니다. 아예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확실하던 때에 화재가 났던 것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상황이었지만 네 가족 모두 건강만은 지켜주심을 감사하며 원룸에서 온가족이 살아갔다.

그렇게 황당한 화재로 거처를 잃은 이 권사 가정의 사연을 들은 하저교회 성도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 마음으로 십시일반으로 마음과 물질을 모았다. 또 원룸에 머무는 2개월 여 동안 거짓말처럼 남편의 퇴직금 문제도 해결이 되었다. 그렇게 모아진 물질로 이 권사 가정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교회로부터 받은 사랑은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교회를 섬기는 데 충성을 다하여 그 때 받은 사랑을 갚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정희 권사는 지난 11월 6일 교회 70주년을 맞아 권사로 임직 받았다. 이번 추수감사주일에는 2년 전 화재를 다시 떠올리며 다시금 감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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