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까당스(decadence·심미적 쾌락주의)의 물결이 도도하게 흐르던 시대의 지성인들은 부르주아 사회 및 부르주아 가정에 기초를 둔 도덕에 저항하는 것이 지성인이 되는 첫 조건이었다. 그들을 도취시킨 것은 가식적인 삶을 파괴하는 것이며 마침내는 자신의 거짓된 삶을 스스로 파멸시키므로 진실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같은 사람은 4번의 시도 끝에 끝내 자살에 성공하기도 했었다.

▨… 지난 시대 한 때 세계의 젊은이들에게는 반 부르주아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지성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었다. 저들에게는 부르주아적 배경을 지녔었음에도 그 굴레를 벗어던져 버리고 밀림으로 숨어들어 혁명의 깃발을 높이 든 체게바랴야말로 존경할만한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부르주아의 배경을 지닌 가정에 태어난 것을 천형으로 저주하며 그 부모를 미워하기까지 했었다.

▨…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지성인이라면 북녘 사람들이 배지를 달듯 통일이라는 흉패를 달아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통일이 우리 민족이 추구해야할 최고의 가치여서 차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반 민족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혀졌었다. 민족주의라는 태풍이 몰아치자 “양키 고홈”이라는 반미주의는 폭우처럼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이 시대에는 통일과 반미가 행동하는 지성의 필수요건이었다.

▨… 경기도 부천지역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라는 단체가 내건 현수막이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다. 강사는 통일원 장관까지 지낸 유명한 장로님이신데, 강연의 제목은 ‘무엇이 한국교회를 망치나?’이다. 원래 사회학 전공이고 신학도 공부했고 특수한(?)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설교를 한 이력도 있으며, 또 그의 강연 솜씨는 발군임이 알려져 있고 교회는 세상에서 욕먹을 짓만 하고 있으니 그 강연회는 보나마나 성공적일 것이다.

▨… 그런데 그 강연회의 시간이 주일 11시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교회 개혁이라는 것이 교회의 전통적 예배를 깨뜨려야만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교회 개혁은 기성교회와는 무관한 문제라는 것일까. 행여나 이 시대의 지성은 반 기독교적이어야 한다는 판단이라면 장로라는 직함은 사양해야할 것이다. 조금 걱정스럽다. 이 시대의 지성은 반 기독교적이어야 한다는 신호가 울리는 것은 아닌가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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