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계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가 이미 작금의 사태를 국기문란행위로 규정하고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일부 성결인들도 시국 선언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충격적인 사실들에 급기야 신학생들의 입에서까지 ‘탄핵’ ‘하야’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교회가 정치 참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수용해왔던 보수교단의 목회자들조차도 시국선언에 참여할 정도로 현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분노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는 지난 7일 “국가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이 ‘국민의 희망’이 아니라 ‘무거운 짐’이 되었다”고 개탄하고 “박 대통령이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질 때, 우롱당한 국격이 회복될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시국 담화를 발표했다. 심지어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등 보수적인 목회자 114명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그동안 한 발짝 물러서서 기도하며 나라와 대통령을 염려해온 이들이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그만큼 지금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 교단을 비롯해 예성과 나성의 연합기구인 한국성결교회연합회도 정치적으로 혼란한 현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 12월 4~11일을 시국기도주간으로 선포했다. 기도로 기독교인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예장 통합 총회도 오는 14일 노회, 산하 기관과 단체 등 교단 산하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시국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이외에도 여러 교단과 단체에서 시국선언이나 기도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계는 작금의 사태가 신접한 자들에게 가르치기를 청한 사울의 시대와 같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 대통령을 내세워 호가호위하며 권력을 탐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상황이 빚어지고 그에 따라 피로 세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난국으로 보고 있다. 이 참담한 시국에 기독인들이 시국 기도회를 열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죄악과 부정으로부터 이 민족과 국민을 지키고, 진리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려면 먼저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과 마주서려는 용기부터 내야 한다.

나치즘의 광기를 향해 질주하던 독일 사회를 향해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않으려 할 때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악이다”고 외치며 나치에 저항했던 본회퍼처럼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만 하나님 공의를 강같이 흐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회가 세상과 사회 속에 살며, 세상의 진리를 밝히는 입장에서 지금 우리 사회 속의 불의와 부정의 요소에 대해 복음적이고 민주시민적인 입장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독교’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기회도 잃어버릴 것이다. 기도하든지 행동하든지 ‘사즉생’ 각오로 하자.

박 대통령은 그리스도인들이 국가적인 위기를 안타까워하며 걱정하고 있음을 깊이 살펴야 한다. 나라와 민족, 이 백성을 위해 항상 기도하는 이들의 사심없는 제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정당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다수의 국민의 뜻을 저버린다면 그것은 국정 농단이다. 사과로써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여겨서도 안 된다. 기독교인과 국민의 요청을 이제라도 무겁게 받아들여 하루빨리 애국충정의 마음으로 국민의 뜻에 부합한 행동을 결단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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