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소위로 참전, 부상으로 생명 연장 간구

1950년 6월 25일, 북한 인민군이 소련의 지원을 받아 38선을 넘어 불법으로 남침을 했다. 한국의 청년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되어 공산군과 싸웠다. 이듬해 이원기 청년은 국민병 소집 영장을 받고 군대에 입대한 이후, 장교 모집에 응하여 소대장이 되었다.

1953년 4월, 동부전선 가칠봉에서 아군과 적군이 서로 차고, 때리고, 찌르는 백병전이 펼쳐졌을 때 그는 소대장으로 열심히 싸웠다. 어느 순간 그는 왼쪽에서 터진 포탄의 화염에 휩싸여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쳐졌다. 그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겨우 정신이 돌아 왔을 때 전방 임시 위생소에 누워 머리에서부터 다리까지 계속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금방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이 계속 찾아왔다. 그는 숨이 막히는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하나님! 제 영혼을 부탁합니다. 하나님, 지금 너무나도 고통이 심하니 제 머리에 포탄이 날아와서 고통을 모르고 한순간에 아버지 품에 안기게 하옵소서”라고 울면서 부르짖었다.

그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 왔다. 양쪽 고막이 터져서 들을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 우레와 같은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 것이다. “원기야!”하고 부르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그는 “예” 하고 대답했다. “네가 진정 내 앞에 설 수 있느냐”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그는 아찔했다. 그 순간 그의 눈 앞에 지난날들의 생활이 영화처럼 선명하게 지나갔다. 그는 지난날들의 삶을 돌이켜본 후,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하나님, 자신이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 제가 설 자신이 없습니다.”

그 순간 그는 크게 깨달았다. ‘아! 죽기 전에 모든 죄를 회개해야 한다’ 그는 곧 호흡이 멈출 것 같은 급박한 초조함 속에서 하나님께 회개할 시간도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시체처럼 굳어버린 몸으로 뒹굴며 울부짖었다.

“오! 주님 30분만 생명을 연장하여 주소서, 지금까지의 모든 잘못을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게 해주소서, 주여! 제 생명을 30분만 연장하여 주소서.”

그는 울면서 주님을 찾다가 그만 의식을 잃었다. 회개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눈을 뜨려고 했지만 의식은 가물가물 흐려졌다.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 죽으면 죄 많은 몸으로 하나님 앞에 설 수가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는 의식이 끊어진 죽음과도 같은 순간에 겨우 눈을 뜨니 희미한 어떤 형상이 보였다. 솜이 든 방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포탄이 작렬할 때 일어난 불꽃이 붙어 옷이 타고 있었고 몸에서 흐른 피가 솜옷의 불을 꺼뜨리고 있었다. 

포상과 총상과 화상을 입어 엉망이 된 채로 어떻게든 몸을 움직여야 할텐데 오른쪽 손가락만 겨우 꼼지락거릴 수밖에 없었다. 포탄에 어깨를 맞아 손가락 절반이 날아갔다. 그런데도 그는 계속 중얼거렸다. “회개해야 해, 정신 차려 30분 안에 내 모든 죄를 회개해야 해.”

그가 영혼의 바닥에서 울부짖는 외침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의식을 처절하게 이어가고 있을 때 먼 곳으로부터 아련히 들려오는 헬리콥터 소리에 그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는 곧 야전병원 이동외과로 실려가 일주일 응급치료를 받고 대구통합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이 급박하게 다가온다는 생각에 순간순간을 회개하는데 전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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