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의 글이 보도를 통해 부분적으로 공개되었다. “필자는 이 지구 땅에 47회나 여러 다른 모습으로 왔었다. 바닷속에서 태어난 적도 있다.” “명상을 하는데 상투를 하고 흰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나 정조 때의 일성록(조선 말기 왕의 일기)을 건넸다. 그 노인은 전봉준 장군(동학농민운동 지도자)이었다.” “죽으면 육신은 없어지지만 영혼이 메모리 칩 두 개를 갖고 하늘로 간다.”

▨… 박 내정자가 2013년에 발간한 명상집 ‘사랑은 위함이다’에 실려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도대체 국민안전처가 무엇을 하는 곳이기에 박 대통령은, 사이비 교주들이나 지껄일 소리를 자신의 ‘영적 체험’이라고 밝히는 사람을 장관 내정자로 발표하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해진다. 하기는 하늘에 있는 자신의 블랙박스에서 필요한 정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니 박 대통령이 혹할만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 일찍이 최치원이 ‘난랑비’에 “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고 적고 그것을 교(敎)로 규정하여 그 교의 핵심은 “3교(유·불·선)를 포함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다”(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흥왕, 한글역 최호)라고 밝힌 적이 있다. 우리 역사에는 유불선(儒佛仙) 3교를 종합해 종교의 본으로 삼으려 한 최치원을 이용하려는 무리들이 끊임이 없었거니와 현대에 이르러는 여기에 기독교적 색채까지 덧입히려는 자들이 사이비 교주 노릇을 하고 있다.

▨… 최태민의 ‘영혼합일법’에 이어 박승주의 ‘영적체험’, 다음에는 무엇이 나올 것인지… 궁금하기 보다는 두려워진다. ‘이카로스의 날개’는 이미 녹아내리기 시작했는데 박 대통령은 여전히 태양을 목표로 하는 것일까. 이카로스의 비극은 자유를 추구하는 대신 그 대가로 자제력도 갖추어야 한다는 모순 때문에 파생함을 그 고난의 삶을 살아온 박 대통령이 모를 리는 없을텐데…

▨… 우리 교단은 성령의 역사만 목청껏 외쳐왔었다. 그것도 우리 성결교회의 부흥을 위한 성령의 역사만. 이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가늠 잡아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에게 성령의 역사가 있다면 우리 교단은 샤머니즘적 컬트에 묶인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이 바른 길인지를 증언해야 한다. 소신이 담긴 시국선언 쯤이라도 기대하면 안 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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