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예수 무덤 둘러싼 논쟁 종식할 것”
‘1세기 예수의 흔적 발견’ 기대감 높아

▲ 이번 복원작업이 지금까지 예수의 무덤을 둘러싼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뒤 안치된 무덤이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난 10월 27일 예수의 몸이 사흘간 놓였던 곳으로 알려진 장소를 봉인한 대리석 판을 들어 올렸다고 보도했다. 예수의 무덤은 약 1555년부터 대리석으로 봉쇄돼 지금까지 보존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복원 전문가들이 대리석 판을 들어내니 공간을 채우는 잔해가 층층이 쌓여 있었고, 잔해를 치우자 또 다른 대리석 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두 번째 대리석 판은 회색으로 작은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 이 판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복원 작업에 참여한 고고학자 프레드리크 히베르트 박사는 “원래 있던 석판인데, 믿을 수가 없다”면서 “과학적 분석을 거쳐야 하겠지만, 조만간 예수의 몸이 안치된 것으로 알려졌던 돌의 본래 표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고학자들은 이번 발굴 작업이 예수의 무덤을 둘러싼 논란을 종식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예수의 무덤은 예루살렘 북서쪽에 위치한 성묘교회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예수의 무덤 위치를 둘러싼 논쟁이 종종 벌어졌다.

또한 예수의 무덤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유대인의 관습과 과거 기록을 살펴볼 때 지금의 성묘교회가 예수 무덤 위치와 일치한다”며 “이번 발굴로 예수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세진 박사(전 아산대 총장)는 “예루살렘 다른 지역보다 지금 성묘교회 자리를 예수의 무덤으로 볼 수 있다”며 “이번 발굴이 예수의 무덤을 부인했던 일부 주장을 반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미영 박사(국제성서박물관)는 “고고학자들은 지금의 성묘교회가 예수님의 무덤 자리라는 것을 80% 이상 확신하고 있다”며 “예수의 무덤인지를 증명하는 것보다 묘지의 원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진산 박사(터치바이블)도 “유대인의 관습과 기록을 볼 때 예수님의 무덤은 지금 성묘교회의 위치와 같다고 추정된다”며 “12세기 돌판 밑에 숨겨 있는 예수의 흔적을 찾게 되면 무덤의 위치를 둘러싼 논란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

이들에 따르면 과거 유대인들에게 정결은 가장 중요한 종교적 관습이었다. 장례식도 시신과 가까이 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죽은 당일 치렀으며 무덤을 도성 안에 둘 수 없도록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까지 했다. 예루살렘도 이런 관습에 따라 무덤은 모두 성 밖에 자리 잡았다.

예루살렘 동쪽에서도 일부 무덤이 발견되었지만 대부분 고위층이 묻혔던 장소였고 북쪽은 유대인들의 거주지였기 때문에 무덤을 만들 수 없었다. 특히 현재 성묘교회 뒤편에 위치해 있는 방들 중에는 주후 1세기 유대인들의 독특한 무덤 형태가 남아 있는 곳들이 있어 연대기적으로도 이 위치가 예수의 무덤일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성묘교회의 지하를 발굴한 결과 비잔틴 시대에 세워진 교회는 물론 한때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주후 76-138년)가 기독교를 박해하기 위해 세운 비너스 신전의 흔적까지 발견되어 골고다 언덕과 예수의 무덤의 위치가 전통적으로 알려진 성묘교회일 수 있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882년 영국의 찰스 고든 대령이 발견한 정원무덤이 예수의 무덤일 것으로 추정하는 등 엇갈린 의견도 있었다. 또 2014년에는 예루살렘 남서쪽의 작은 무덤에서 ‘예수’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는 유골함이 발견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러나 예수라는 이름은 1세기뿐만 아니라 현대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흔한 이름으로 하나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국 이번 복원이 성묘교회가 예수의 무덤 위치라는 점을 증명하고 나아가서는 예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현재 성묘교회는 로마 가톨릭,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교회,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집트 콥트교, 시리아 정교회 등 기독교 6개 종파가 구역을 나눠 교회를 공동 관리하고 있다. 복원 작업은 내년 봄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성묘교회는 로마제국 콘스탄틴 황제가 325년에 세웠으며 1009년 이슬람 세력이 구조물을 파괴했으나 십자군이 12세기에 복원한 이후 현재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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