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사건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 가장 준엄하고 엄중해야 할 국정이 조롱거리가 됐다. 대통령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정치와 경제, 민생은 ‘최순실 게이트’란 블랙홀에 빠져 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일탈과 비정상적 국정운영에 민심은 분노를 넘어 폭발할 기세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임기 말 친인척 비리가 터졌지만 이토록 허망하고 비참하지는 않았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서 권력의 최상부인 청와대와 비선 실세를 둘러싼 의혹들이 전혀 ‘정치적’이지 않고 종교적인 단서들로 연관돼 있다는 점이 수상하다. 사이비 교주 최태민 생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그에게 현혹되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최태민은 “박근혜와 나는 영적 세계의 부부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그 영적 얽힘이 대를 이어 연결되어 그의 딸,  최순실이 대통령의 곁에서 ‘주술적 멘토’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청와대는 부인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 어록에 ‘혼이 비정상’,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 따위의 보통사람들이 흔히 쓰지 않는 주술적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 일각에서도 최순실 게이트를 두고 “고려를 멸망하게 한 신돈(辛旽)과 같은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폭로전문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최순실 의 아버지 최태민을 국정에 개입해 권력을 휘두르다가 러시아 제국을 멸망으로 이끈 요승 라스푸틴에 비유했다.

최태민의 뒤를 이은 최순실 씨도 국정의 실세로 드러나면서 외신은 ‘한국판 라스푸틴'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언제부턴가 ‘종교’라는 탈을 쓴 사이비들이 이 나라를 뿌리 채 흔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교회를 혼란에 빠뜨린 사이비들이 이젠 국정을 농단하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단 사이비와 타락한 종교는 교회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어지럽히고 혼란에 빠뜨린다. 고려 왕실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괴승 신돈은 역술과 미신으로 온 나라를 혼탁하게 했다. 종교개혁 이전의 중세에는 종교의 부패가 사회를 부패하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오대양과 세월호 사건의 구원파가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지게 했다. 또 사교집단 신천지에 빼앗긴 자녀를 찾아 나선 부모들이 눈물 흘리며 호소하는 하소연은 사교집단이 우리 가정과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교회는 이런 사이비 이단 집단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펼쳐왔다. 비단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사교로부터 국민과 교회를 지키기 위한 목숨을 건 사투였다. 그런데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과 정치권이 오히려 이단 사이비들과 손을 잡고 그들을 비호하고, 국정 농단의 부역자가 됐다니 국민의 허탈감은 폭발 직전이다.

오직 진실만이 우리나라를 되살릴 수 있다. 검찰은 이번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야 한다. 이와 함께 이 사회에 해악만 끼치는 이단 사이비들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정부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박 대통령도 ‘엄정한 처벌’을 천명한 만큼 이번 기회에 사교에 관련된 인사들과 단절하고 다시는 사교가 국정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한국교회도 이단사이비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도록 사교 집단과 이들을 비호하는 불의한 권력을 철저히 감시하고 국가적 위기 앞에서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일에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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