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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스 제국의회 앞에 선 루터
황제와 당당히 맞서 독일 뒤흔들어
[1062호] 2016년 10월 26일 (수) 15:33:52 조재석 기자 chojaeseuk@gmail.com

   
▲ 보름스 종교개혁 기념상
앞서 루터는 공의회에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싶었다. 교황보다 공의회에 더 권위를 둔 것이다. 하지만 공의회는 열리지 않았고 루터는 1521년 보름스 제국의회에 서게 된다. 황제로 선출된 카를 5세는 첫 제국의회를 열면서 루터 문제를 정리하려고 시도한다.

독일 제후들로부터 군대와 재정을 지원받으려는 황제는 우호적 태도로 루터의 안전을 보장했고, 루터 또한 비굴하게 숨는 것보다 죽더라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보름스로 향했다.

보름스에서 처음 찾은 곳은 루터의 종교개혁 기념상(Lutherdenkmal)이다. 1868년 세워진 기념상은 루터를 포함하여 종교개혁 인물 9명과 역사를 담은 기념상, 부조, 인물과 도시국가의 문장 등이 담겨 있다. 자신의 신념을 대내외에 선포하고 그의 신념이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었음을 기념한 것이다.

1521년 4월 보름스에 도착한 루터는 17일 황제가 머물고 있는 장소에 불려간다. “이 책들이 그대의 것인가?", "이 책의 내용을 철회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루터는 자신의 책들이라고 답변한 후 철회에 대해서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다음날 루터는 제국의회 앞에 섰고 라틴어와 독일어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그는 "나는 성서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고, 그 말씀은 나를 이끈다. 나는 아무것도 철회할 수도 없고 철회하지 않겠다. 하나님 나를 도우소서. 아멘."이라고 말한다.

종교개혁 기념상을 뒤로한 채 바로 인근에 있는 제국의회 터를 찾았다. 화재로 소실됐던 터에는 루터 기념 돌판이 놓였다. “여기 1521년 루터가 황제와 제국 앞에 섰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그곳에 서서 ‘나는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쉽지 않다. 다만 루터의 태도를 따라 배우는 것, 최소한 흉내 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교황의 파문위협교서를 불태운 것은 교황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며, 황제 앞에서 당당히 철회거부를 밝힌 것은 황제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분노한 황제는 후 ‘보름스 칙령'을 통해 루터를 더 이상 제국의 백성이 아니라고 선포한다.

4월 26일 오전 보름스를 떠나 사라진 루터는 5월 초 바르트부르크 성에 감춰졌다. 이곳에서 루터는 수도사의 옷을 벗고 머리와 수염을 기른다. 그리고 신약성서 번역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더욱 구체화한다. 바르트부르크는 중세교회와 논쟁을 끝낸 루터가 성서의 말씀을 통해 자신을 무장한 공간이며, ‘수도사'에서 ‘종교개혁가'와 ‘독일 민족의 영적 지도자'로서 발걸음을 준비한 터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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