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제3회 기독교 사회복지 엑스포 개막식이 열렸다. ‘당신은 선한 사람입니다'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사회복지 엑스포는 한국 기독교가 지난 130년간 펼쳐온 봉사와 섬김의 역사를 돌아보며 새 각오를 다지는 의미가 있었다.

한국 기독교는 130년 전 선교 초기부터 한국 사회에 사회복지의 씨앗을 뿌렸고 지금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 말, 선교사들은 국내에서 병원, 학교, 보육원 등을 설립 및 운영하며 서구 문명과 기술을 전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고아들과 가난한 사람을 돌보기 위해 의료·보육·구제 활동을 펼쳤다. 근대적 의미의 복지 개념을 기독교가 확산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금도 국내 사회복지 시설·단체 중 약 60~70%가 기독교 계통인 것으로 추산 된다. 재난이나 고통 받은 이웃을 위해 돕는 일에도 늘 앞장서 왔다. 2007년 발생한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당시에 기름 제거에 자발적으로 나선 연인원 130만 명 가운데 70%쯤이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2010년 아이티와 작년 네팔 대지진 때에도 개신교계의 역량을 모아 구호 활동을 펼쳤다. 이렇듯 재난의 현장이나 고통 받는 이웃의 곁에서는 언제나 기독교인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사회봉사와 나눔은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실천한 측면도 있겠지만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기독교계의 특징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를 폄훼하는 풍조를 감안하면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독교사회복지 엑스포가 시작된 이유가 바로 이런 기독교의 사회적 봉사를 세상에 알리고 그 역량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교회의 봉사와 섬김의 역량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분열된 한국교회가 공통의 과제인 '디아코니아(섬김)'을 통해 '하나 됨'을 도모하자는 의도도 숨어있다.

올해 엑스포에는 기독교 계열 단체 100여 개가 참가했다. 노숙인 무료급식을 하는 밥퍼(다일공동체), 자살 예방 단체인 라이프호프, 국내 입양 활성화에 앞장서온 동방사회복지회, 국제 어린이 양육 기구인 한국컴패션, 장애인 복지에 앞장서온 한국밀알선교단 등이 대표적인 단체이다.

이외에도 지역사회개발, 다문화, 소외계층, 북한, 노인, 아동청소년, 보건의료, 가정·여성, 장애인 등 9개 영역에서 총 150개 부스가 서울광장에 설치됐다. ‘기독교가 이런 일도 하느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기독교 봉사영역은 다양하고 넓었다.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한국 교회는 디아코니아 사역에 보다 더 적극 나서야 한다. 봉사와 섬김을 뜻하는 헬라어 ‘디아코니아’는 '식탁에서 시중을 들다'는 뜻이 있다. 주인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섬김과 봉사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어주려고 왔다고 했다. 이제는 엑스포 부스가 아닌 각 자의 삶의 자리에서 예수의 헌신적인 디아코니아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 더 높아지고, 섬김을 받으려는 모습, 더 가지려고 하는 태도도 버려야 한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거짓된 사랑도 경계해야 한다. 사랑 없는 봉사와 섬김, 단순히 물질로 돕는 복지로 끝난다면 그것은 포퓰리즘과 다를 바 없다. 그러면 정말 교회가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된다. 사회봉사 활동이 단순히 빈궁한 이를 돕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가난한 이와 함께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하나님의 구속사역에 동참시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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