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 청년들의 솔직한 목소리

3포세대에 이은 5포세대.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 불안정한 고용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 그리고 인간관계와 주택구매를 포기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이른 나이에 포기의 쓸쓸함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이런 시대 속에서 우리 성결교회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까? 다양한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담아봤다.

흔들리는 것마저 아름다운 청춘 / 고봉주(27세·홍은교회)

고봉주 청년의 꿈은 연극배우이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연극만 바라보면서 달려왔다. 졸업 후 지금까지 5편의 연극과 장, 단편 독립 영화에 출연했다.

그런데 현실은 막막하다. 졸업한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 이렇다 할 기반이 잡히지 않았다. 연극계의 현실도 팍팍하다. 연습까지 참여했다가 제작사 사정으로 공연이 취소된 것만 해도 몇 번이다.

그러나 일이 없다고 해서 가만히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 연기의 감을 잃지 않도록 계속 연습한다. 길은 보이지 않아도 성실하게 하루 하루 보내려고 노력하니 조금씩 하나님이 열어주시는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예배인도자학교를 수료하고 교회 찬양인도자로 섬기기 시작했다. “연습하다 보니까 평일에 교회 빈 공간이 있더라고요. 그런 빈 공간에서 연기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운동도 시작했고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잖아요.”

사실 이렇게 일 년 동안 연극 일이 잘 안 생기니까 ‘비전’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연극이 정말 제 길인지 아니면 하나님께서 다른 비전을 주시려고 연극에 대한 길을 잠시 막으신 것인지 처음으로 진지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힘들어도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맡겨주신 일이 무엇인지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하나님께서는 고봉주 청년이 목말라하는 부분에 있어서 삶 속에서 응답을 주고 계신 부분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확신을 갖고 기도하게 된다고 했다. 전에는 한치 앞 길이 보이지 않으면 불안했는데, 이제는 기도하고 연습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감사와 보람의 찬양이 나오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후 승리 믿으며 심지 굳게 나아간다 / 유길현(27세·영동중앙교회)

유길현 청년은 취업준비생이다. 작년 2월에 졸업해 이제 졸업한지도 1년 6개월 여가 된다. 그 동안 남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원서를 썼다.

유길현 청년의 하루는 영어 공부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후에는 학원에서 자습감독으로 면학지도를 하는 아르바이트를 8시간 동안 한다. 밤에 돌아와서는 입사공고가 새로 공지된 것이 있나 둘러보고 원서를 쓴다. “제 일상이 단조로워보여도 실제로 살아보면 생각보다 하루가 빨리 지나가거든요. 긴장을 놓지 않고 잘 살아내려고 매순간 노력하고 있습니다.”

취업 전쟁은 졸업 전에 했던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다. 원서를 30군데 넣어보고 다 떨어진 다음 심각한 고민이 시작됐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생각해보니 우선순위를 잘 못 지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이 중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심정으로 마구 원서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하나님께 묻고 다음 걸음을 떼고, 또 기도하고 그럴 작정이다. “그렇게 하면 결국 하나님께서 제 길을 열어주실 거라고, 모든 상황 속에서 합력해서 선을 이루게 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제가 바라보는 것은 최후 승리예요. 중간에 어려움이 있어도 최후 승리를 바라보면 괜찮아요.” 

이렇게 취업과 진로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자꾸 연애 왜 안 하냐고, 언제 할 거냐고 물어보실 때면 괜히 속이 답답할 때가 있다. 유길현 청년은 다른 취업준비생들처럼 아직은 자리도 안 잡혀서 연애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른들께서 저희 청년들이 더디어 보여도 믿음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또 취업준비생 분들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고요. 우리 모두 힘냅시다!”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며 여물어간다 / 김영서(23세·사랑의쉼터교회)

김영서 청년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한 회사에서 인턴 겸 아르바이트로 웹페이지 콘텐츠를 제작했다. 아직 2학년이지만 마음은 여유롭지 못해 방학에도 경험삼아 인턴일을 한 것이다. “대학에 들어올 때 3수를 했어요. 동기들보다 나이가 더 많다는 생각에 전공을 선택할 때 더 신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대학 입학할 때부터 취업이 잘 될 것 같은 인터넷미디어공학과를 선택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제가 전공을 잘 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전공 공부 노하우도 좀 배웠어요. 앞으로는 선배들이 하는 스터디 모임에도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배우려고요.”

보통 이공계생들은 취업을 잘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성적이 뛰어난 선배들도 쉽게 취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했다.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 사회경험은 한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선배님들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점이 힘들었는데요. 술을 안 먹어서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나중에 취업하고서도 소신 있게 생활하려고 합니다.” 

월급 받으면서 일한 경험을 통해 정말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다는 김영서 청년. 그러나 그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앞으로 ‘일당백’인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목사님으로부터 앞으로 어르신들이 더 많아질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분들의 몫까지 해내고 그 분들을 섬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교회에서 잘 훈련받으면서 기도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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