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가 우리교회 십자가 첨탑을 쓰러뜨렸다. 다급한 나머지 어떻게 할까 당황해 하다가 지붕 위에 누워 있는 첨탑이 혹시 굴러서 겪게 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교회 옆 아파트로 달려가 차량을 대피시켰다. 119에 신고하고 동 사무소에 연락을 해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바람은 몰아치는데…. 쓰러진 첨탑이 한쪽으로 기울까봐 내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다.

할 수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지붕 위로 올라가 기도했다. “주님 첨탑이 제발 더 이상 꼼짝하지 못하게 좀 붙들어 주소서. 저게 굴러 떨어지면 저는 감당 할 제 간이 없습니다”

입구에 있는 성화 간판이 바람에 펄럭 거리고 있다. 옆집 아저씨가 자기집으로 날아 올까봐 전기선을 가지고 나와 붙들어 매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다. 다시 지붕 위에 올라 펄럭이는 간판을 붙들고 씨름했다. 바람이 너무 거세다. 그때 북면 목사님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나를 보고 소리친다. “목사님 그냥 내려와요! 위험해요” 빨리 내려오란다. 그러나 나는 내려 갈 수가 없다.  가까스로 묶여있는 선을 제거하고 간판을 내렸다. 오! 주여!

바람이 조금 멎었다. 북면 목사님과 다시 지붕위에 올라가 더 이상 첨탑이 구르지 못하게 받침대를 설치했다. 한참 후에 119에서 네 사람이 왔다. 둘러보고는 자기들이 할 일이 없다며 그냥 가버린다. 자기들은 사람이 다치거나 위험을 당하면 인명 구조에 필요하다고 한다.

동사무소에서 두 사람이 왔다. 직원이 구청 건설과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웬 건설과? 의아 했지만 건설과에서 두 사람이 와서 뭐라고 하는데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면서 지붕 첨탑 철거되면 전화하란다. 어떻게 이 문제를 처리 해야 할지 아무런 경황이 없어 쩔쩔매고 있는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이 그것 밖에 없었을까?

다행히 동사무소 직원의 도움으로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 동사무소 직원의 연락으로 크레인 기사가 왔다. 그런데 크레인 기사는 자기들은 크레인이 하는 일 외에는 할 수 없단다.

같이 일 하는 팀이 없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은 철거팀 폐기물 처리팀이 서로 모른다고 한다. 철거팀도 따로 불러야 되고 폐기물 처리 업체도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 크레인 기사는 명함만 주고 철거팀이 도착하면 연락하란다. 답답하기 짝이없다. 어떡하나! 그 순간 번쩍! 아! 우리 이 집사님!

전화를 거니 30분 후에 도착한단다. 크레인 기사에게 연락을 했다. 15톤 대형 크레인 2대가 아파트 좁은 길로 겨우 들어와 발판을 내리고 작업준비를 한다. 이 집사님과 태정비철 5명의 용사들이 내려진 첨탑 절단 작업을 하고 폐기물을 5톤차에 실었다. 4대의 트럭이 동원된 작업이 순탄치가 않다. 안전사고라도 생기면 안 된다. 주님! 도와주소서!

저녁 7시가 되어 아내와 둘이 예배를 드린다. 차림새는 물에 빠진 생쥐모양이다. 비에 젖은 셔츠차림으로 기도하고 찬송을 부른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찬송을 부르면서도 바깥 일이 마음 쓰여 예배가 예배였는지 주님! 지금 상황을 보고 계시면 우리 마음 다 읽고 이해하고 계신 줄 믿습니다. 아멘.

4시부터 시작된 철거 해체 작업이 밤 10시가 되어 끝이 났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 합니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119에 전화만 22번 했다. 통화가 되지 않아 2차 피해가 예상되어 긴급구조 요청한다고 문자를 보내도 귀하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답신만 왔다. 작업이 완료된 밤10시 10분에 119에서 전화가 왔다 문자를 받았는데 무슨 일이냐고…. 참으로 황당하다. 그러나 이해해야지, 그들도 그날은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바빴을 것이니.

오 주님! 그래도 어찌 그리 인명 피해하나 없게 지붕 위에 그렇게 눕혀 주셨습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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