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는 아름답지 말란 법 있나
9년 간 9개 작은교회 성전수리 사역에 손발 척척
공사 감독 정진용 권사, 장애 딛고 봉사 전념

경남 창원제일교회(최준연 목사)는 올해도 작은교회 성전수리를 했다. 이번에는 30년 넘은 도시 상가에 있는 비전드림교회(구 평강교회 한용희 목사)였다. 단순히 도배하고 집기를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성전 내부를 전면적으로 수리하고 완전히 새롭게 단장했다.    
창원제일교회는 작은 교회를 섬기겠다는 마음에서 2008년부터 경남지역 작은 교회 9곳의 리모델링을 지원했다. 교회 상황에 맞춰 설계부터 시공까지 외부 시공업체 없이도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성전수리 봉사를 위한 드림팀이 있기 때문이다.
용접과 목공, 인테리어, 도장, 도배 등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성전수리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용접에 정진용 권사, 목공 및 인테리어에 전승득 집사, 도장에 문용오 집사, 도배와 장판에는 하명양 권사, 이용백 집사가 성전 수리 봉사팀의 든든한 일꾼이다. 이들은 최소 10년에서 30년 경력의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거기에 손발까지 잘 맞는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낸다. 이들이 뭉치면 낡고 오래 된 예배당이 확 바뀐다.

정진용 권사(65세). 그는 수리 팀의 맏형이다. 전문 분야는 용접이지만 수리 공사의 총감독 역할을 한다. 수리가 시작되기 전에 공사 일정과 작업을 계획하고, 현장에 필요한 자재와 전문 인력 투입 등을 결정한다. 또 공사가 잘 진행되는가를 감독하고 안전 문제도 책임지고 있다. 그야말로 현장 감독으로 그의 손이 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가 지체 장애 3급이라는 것이다. 정 권사는 9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왼쪽 손과 발이 불편한 상태이다. 거동이 불편한 몸이지만 지금까지 아홉 차례 진행된 공사에 빠진 적이 없고, 자기의 역할을 게을리 한 적도 없다.

보수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가능한 외부 인력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총감독이지만 38년간 용접한 경험을 살려 직접 용접기를 잡을 때도 있다. 대기업에서 용접사 등 인부를 관리하는 일을 맡았던 그는 한 때 ‘호랑이’로 통했지만 교회 수리에서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공사장에서 단 한차례의 다툼이나 혼선이 없었다.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최소 2주 이상 걸리지만 아무 댓가 없이 자비량으로 봉사하고 있다. 정진용 권사는 “걸음걸이가 좀 불편하지만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권사는 또 “처음에는 ‘저걸 어떻게 고치나?’라는 생각이 들어 막막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한 번도 사고 없이 끝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면서 “교회가 깨끗하게 달라지는 것을 보는 맛에 봉사를 계속 한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수리전반 책임
전승득 집사(51세)는 경력 25년의 인테리어 전문가이다. 교회당 수리에서도 인테리어를 담당한다. 대부분 그의 손끝에서 수리가 시작되고 마무리된다. 특히 목공 기술이 뛰어난 그는 책장 싱크대 벽장 등을 짜는 일도 척척 해낸다. 목수 일을 오랫동안 했던 전 집사는 초신자 시절부터 교회당 수리 봉사에 참여했다. 지금도 교회당 수리라고 하면 열일을 제쳐 두고 공사 현장으로 달려온다. 생업도 뒤로 한 채 한 달간 리모델링을 주도한 전승득 집사는 “손익을 생각하면 못하지만 깨끗한 성전에서 예배드릴 성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힘든 줄도 모르고 일했다”고 말했다.

전 집사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역시 디자인이다. 작은 교회는 아름답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아름답게 꾸미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그는 “공사를 하다가 예산이 더 소요되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가 가장 안타깝다”면서 “그래도 더 드는 비용을 창원제일교회에서 추가로 지원해 줄 때가 많아 공사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당 장식은 우리가 책임져요
교회당 수리 팀에는 풀칠도 잘하고 붙이기도 잘하는 단짝이 있다. 바로 도배와 장판을 담당하는 하명양 권사(57세)와 이용백 집사(53세)이다. 리모델링 사역 초기에는 수리비용이 넉넉하지 않아 청년들이 서투른 도배를 할 때가 많았지만 하 권사와 이 집사가 등장하면서 현장이 확 달라졌다. 도배경력 23년차 하 권사와 8년차 이 집사가 만나면 벽지 재단, 도포, 도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작업 후에는 청소까지 도와 오래되어 낡은 교회당이 말끔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이렇게 교회당 공사현장에서 손발을 맞춘 이들은 다른 공사현장에서도 단짝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노련한 도배공들이라 일감이 많지만 교회의 일이라면 희생을 감수하고 공사에 꼭 참여한다. 하 권사는 “일반 집도 아니고 교회의 일이니까 힘들지만 기쁨으로 하고 행복을 느낀다”며 “할 수 있을 때까지 몸으로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용백 집사도 “작은교회를 가면 너무 열악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면서 “도배 뿐만 아니라 여러 잡다한 일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페인트 칠은 제게 맡겨주세요

문용오 집사(60세)는 칠 전문가이다. 경력 28년차 베테랑이지만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순정파이다. 일반 회사에서 건축 도장 일을 하고 있는 문 집사는 교회당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일부러 휴가를 내서 공사에 참여할 정도로 열심이다. 그는 “개인의 일이면 못하지만 하나님의 사업이니까 직장에 양해를 구해서 칠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인트 칠은 하루 만에 되는 것이 아니라서 한번 시작하면 며칠 동안 손이 가는 일이다. 아무래도 교회당에는 정성이 더 들어가서 손이 몇 번은 더 간다고 귀띔했다. 특히 벽면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얼룩이 많아도 그가 칠하면 금세 예쁘게 바뀐다.

창원제일교회는 교회당 수리의 드림 팀이 있어서 공사비의 30%를 절감하고 있다. 여기에 매주 토, 일요일 마다 성도들이 찾아와서 청소 등 교회당 리모델링 사역을 돕고 있다. 최준연 목사의 든든한 후원도 한몫했다.  최 목사는 “가장 빛나야 할 성전이 가장 낙후된 것 같아 리모델링을 시작했다”면서 “목돈이 들어가는 일인 만큼 다른 교회들도 이 사역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원제일교회 봉사자들의 땀방울이 작은 교회의 눈물을 씻어주고 새로운 희망도 불어 넣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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