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훈 목사
코람 데오란 라틴어 ‘coram Deo'를 말한다. 라틴어로 ‘coram'은 ‘앞에'라는 뜻이고, ‘Deo'는 '하나님'이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 ‘하나님 앞에서'라 말할 수 있다.

얼마전 고향 선배님과 차를 마시며 서로 간에 가정사를 이야기하고 있다가 불쑥 하신다는 말씀이 “막내 아들 학자금이라도 예비된 것이 있나요?” 물으신다.

“아니요.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겠지요.” 허허.
“그거 말이에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영흥주민들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 사업이 두 가지가 있는 거 아세요?”

“영흥도에 5년 이상 거주하는 주민이면 누구나 그 자녀에게 혜택을 주는 거지요.”
“아아 그런 게 있어요?”

“영흥에다 주민등록을 옮기고 형님 집에 기거하는 것으로 하면 되고요. 부모가 모두 이전하지 않고 한 쪽만 해도 되며, 문제는 이장의 협조인데, 모두가 아는 사람들이고, 할 달에 한번 정도씩 고향에 내려가 얼굴도장 찍으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라면서 방법론까지 알려준다.

더욱이 장학선발 심사위원으로 한전이 위촉한 심사위원들 중에 당신의 친구도 있고, 우리가 다 아는 장로님도 있다면서 앉은 자리에서 직접 전화까지 걸어서 고향이 배출한 임승훈 목사를 돕자고 말씀하고 있었다.

심사위원이나 이장도 모두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그리한다고 막을 사람들은 없는 셈이다.

필자는 현지의 사정과 형편, 정서를 파악하고자 얼마 전 고향에 내려가 직접 면장인 친구, 부면장 친구를 만나 조언을 구하였다. 그러나 부정적이었다. 공무원인 친구들은 점잖게 말리고 있었다. 될 수야 있겠으나, 나중에 불법임이 탄로나면 장학금을 모두 반환해야 하는경우도 있었으며, 심사 자체가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

사실 그날 아침 아내와 함께 결정은 내려져 있었다. ‘감사에서 정직 모드’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정치 일선에서 보여주는 국회의원들의 은근슬쩍 세비 올리기나 과도한 특권의식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비판하던 나였다. 또한 청와대 민정수석인 우병우 씨의 처가 땅 매매 개입사건이나, 아들의 운전병 특혜의혹 등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민낯은 부끄러운 것들임을 비판한 나였다.

그런데 나는 내 아들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를 염려하여, 한전이 제공하는 장학혜택을 받으려고, 살지도 않는 고향에 주민등록을 옮겨놓고 위장 전입을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정신적 영적으로 사회의 지도층이라 자긍심을 가져야 할 내가 그렇게 해서 된 단 말인가? 남들이 한다고 해도 말려야 할 입장의 내가 은근슬쩍 전입하여 장학금을 타먹는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내게 혜택이 된다 해도 다른 주민의 자녀가 타도록 단호히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나님 앞에서’라는 말은 라틴어로 ‘코람데오’라 한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라고 해서 속이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코람데오)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바로 나의 인생길 앞에 늘 보이는 듯이 정직하고 의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다. 

나의 앞길을 걱정해주고, 기도해주는 중보사역자이신 대선배님이요, 그 장로님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다시 한 번 지면을 통해 인사드린다. 하지만 그것이 의롭지 않은 길임을 응답받았기에  단호히 거부하며, 목회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샘플이다 싶어 한 꼭지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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