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은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에서 지난 12일 특별사면위원회의 결의로 그동안 한국의 공교회들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4개 단체(또는 개인)을 사면했다. 이명범(레마선교회), 변승우(사랑하는교회), 김기동(김성연 목사와 성락교회), 고 박윤식(이승현 목사와 평강제일교회)이 그 대상이다. 이번 결정과 연관하여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예장통합의 노회들과 신학자들뿐 아니라 교계 전반적으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결정 과정 자체에서도 혼선이 있었는데, 결정 후에 한국 교회 전체와 연관하여 혼선이 증폭될 것이 뻔하다.

먼저 사면 행위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지 못하다. 사면을 주도한 예장통합 채영남 총회장은 사면과 연관된 담화문에서 “이단을 해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단적 주장과 행위를 반성하고 뉘우치는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개신교 신학에서 이단 문제에 대하여 해지를 포함하지 않은 사면은 없다. 로마가톨릭을 흉내 내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마가복음 2장에서 예수님이 중풍병자에게 사죄의 선언을 하신다. 이때 서기관들이 이 발언을 신성모독이라고 여긴다. “오직 하나님 한 분 외에는 누가 능히 죄를 사하겠느냐.” 서기관들이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판단은 틀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명제는 기독교 신앙의 기본 조항으로서 정확하다.

죄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께 대한 관계며 그래서 하나님께 지은 죄를 깨닫고 돌이키는 과정까지를 포함한 회개 없이 죄의 사면은 불가능하다. 교회 공동체에 맡겨주신 맺고 푸는 권세도 참된 회개가 있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하다. 이단성에 대한 분명한 회개, 그에 대한 공교회적인 깊은 조사와 판단, 그리고 그에 따른 해지의 결정 없이 이단성 사면은 분명히 혼선이다.

이번 결정의 대상인 4개 단체의 태도는 상당히 정치적인 것으로 보인다. 해제 결정 바로 후에 국민일보에 전면 광고를 낸 한 대상 단체는 사면 결정이 그동안 자기 단체에 잘못된 것이 없다는 증빙이라고 주장했다가 얼마 후에는 과오를 사죄하고 지도를 받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 교회의 공교회성이다. 예장통합이 한국 교회의 교단들 가운데 가장 큰 교단 중 하나이지만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한국 교회의 공교회성은 예장통합 외에 다른 공교단의 합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사면 대상이 된 단체들의 이단성과 관련하여 여러 공교단들과 신학자들과 이단 연구 기관들이 공적인 행위로서 애를 썼고 공적인 과정을 거쳐서 이단 판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이런 공교회성을 무시한 행위이며 결과적으로 공교회성에 심각한 혼선을 초래했다. 예장통합이 교세와 영향력에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중하게 판단하여 절차를 진행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교계의 혼선이다.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조직적으로 통합하는 문제도 이번 결정으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특히 예장통합은 한기총 안의 이단 문제를 두고 한교연이 갈라져 나오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교단이다. 이번의 사면 결정 사유를 보면 그렇게 갈라져 나올 이유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많이들 말하는 것처럼 큰 교단간의 주도권 싸움이 한기총과 한교연 분열의 실제적 원인이라는 것인가.

더 심각한 현실 문제가 있다. 한국 교계에서 돈과 연관된 비리와 부정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기총의 선거와 연관해서 아예 공개적으로 뇌물로 쓰인 돈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공교단들에서 이단으로 결정된 단체들과 연관하여 금전 제공에 대한 추문이 그동안 한국 교계에 적지 않았다.

이번에 사면 대상이 된 단체들은 교세가 25만이니 10만이니 하는 초대형 단체들이다. 이들의 재정 실력은 대단할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이미 시작된 혼선이 앞으로 한국 교계의 정치적 주도권을 놓고 금전과 연관된 상황으로 추하게 전개될 것이 보이지 않는가. 무서운 혼선이다. 예장통합이 이번 총회에서 사면위원회의 결정을 무효로 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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