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훈 목사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암담하다고 어느 국회의원이 한탄했다. 국가부채가 1000조 원이 넘고 가계부채 역시 1257조 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청년실업율은 10%에 육박하고 노인빈곤율은 OECD국가 중 최하위다. 그러면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미자립교회가 80%로 가족생계비, 자녀학자금, 그리고 목회비용은 커녕 교회 월세도 내기 힘든 목회자들이 부지기수다.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중직을 가져야 하는 목회자들, 한편으로는 사역을 목적으로 한 투잡(Two Job) 목사도 많다. 택시 운전, 세차, 아파트 경비원, 청소, 배달원(신문, 우유), 학원 강사 등 여러 방면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고착화되는 현실에서 우리 교단은 교단 헌법으로 정한 ‘이중직 불허’라는 문항을 심사숙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교단도 이중직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활발한 논의가 총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서 ‘목사 이중직 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목회 패러다임을 바꾸고 전문 커리큘럼을 도입하였다.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임성빈 교수(장신대)는 “이중직 목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입되려면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을 예방하고 목회자로서의 탁월성을 유지해야 할 의무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동시에 마련되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학교의 커리큘럼에 이중직을 수행할 수 있는 직업교육이 포함되어야한다”면서 “결국 이 모든 것들을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총회와 노회, 신학교 및 지교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원화되고 있는 시대에 따라 목회 패러다임의 변화도 필수적으로 검토할 때이다. 김승호 소장(목회윤리연구소)은 “생계형 이중직뿐만 아니라 소명을 갖고 스스로 뛰어든 이중직 목회자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교단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유력 크리스천 잡지인 크리스채너티 투데이가 지난 2월초에 다룬 기사의 일부이다. 미래 교회와 관련된 향후 트렌드를 전망하면서 ‘협업목회’에 이은 두 번째 트렌드로 ‘이중직목회’를 꼽았다. 이중직 목회 문제는 한국교회가 당면한 위기와 직결된다. 신학교 난립과 예비목회자 과잉 배출, 성도 수와 헌금의 감소, 교회재정의 악화와 미자립교회 양산, 교회 폐쇄와 무임(無任)목사 증가 등….

현 상황에서는 미국 북미지역 교회들의 이중직 목회에 대한 시각이 한국교회에 모델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이중직 목회는 생계형뿐만 아니라 자비량 사역의 개념도 있다. 그래서 상당수 교단들이 이중직을 허용하고 있고 이를 돕고 지원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간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 남침례교(SBC)는 이중직 목회를 교회개척의 중요한 모델로 인정하고 있다. 매년 이중직 콘퍼런스를 비롯해 이중직 목회자를 위한 교제와 격려, 훈련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미국 복음주의 루터교 역시 2000년 이후 이중직 목회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이중직 목회자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에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민일보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공동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5%가 “이중직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70%가 넘는 교단이 여전히 목회자 이중직 허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대책은 고사하고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목회자는 오직 목회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도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진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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