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에 있는 영들? (벧전 3:19)

이희성 교수
베드로전서 3장 19절의 “그리스도께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전파하셨다”는 말씀은 기독교 2000년의 역사에서 아직도 신약성서의 가장 난해한 구절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본 구절에 대한 해석은 지금까지 학계에서 대체로 다음과 같은 4가지 가설로 제시되었다. 1.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부활 사이에 음부에 가셔서 십자가에서 이룬 놀라운 사역의 승리를 선포하셨다. 2. 그리스도께서 옛 언약의 의인들이 있는 연옥으로 내려가서 옥에 있는 구약적인 의인들의 영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다. 3. 베드로가 노아 시대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홍수 이전의 불신 세대들에게 하나님은 노아를 통하여 말씀을 전하셨다. 그들은 당시에는 보통 사람들이었지만 노아의 경고를 듣고도 거절하고 불순종하여 홍수에 의해 멸망당한 후 옥에 있는 영들이 되었다. 노아를 통하여 말씀하신 분은 다름이 아닌 그리스도의 영이다. 그리스도께서 옥에 있는 홍수 이전의 불신 세대의 영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셨다. 4. 그리스도께서 옥에 내려가셔서 갇혀있는 타락한 천사들에게 복음을 전파하셨다.

이 구절은 제법 복잡한 전승의 과정과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어, 문맥, 전승사, 배경사 등을 고려해서 해석을 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문맥인 바로 앞의 18절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언급한다. 그는 우리 불의한 자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 하려고 죄를 위해서 단번에 죽으셨다. 육체로는 죽임을 당하시고 영으로는 살림을 받으셨다. 여기서 영에 대한 전이해가 필요하다.

영(프뉴마)은 생명의 숨을 표현하는 인간의 영으로 여러 번(마 27,50; 약 2,26; 계11,11; 13,15) 사용된다. 이 영은 인간의 영의 하나님과의 밀접하고 역동적인 관계를 통하여 죽음을 넘어서 지속하는 존재방식 혹은 생명력을 의미한다.(벧전 3:18; 4,6; 딤전 3,16; 롬 1,4; 고전 5,5) 예수는 부활하신 자로서 이제 그의 존재는 영적이다.(롬 1,4; 벧전 3,18; 딤전 3,16) 그는 영의 주이시다.(행 16:7; 고후 3:17; 비교. 고전 15:45의 살려주는 영)

난해 구절을 여는 ‘엔호 카이’는 앞 18절의 마지막 단어인 영(프뉴마티)를 받던지 ‘…하는 동안’을 의미한다. 한글성경 개정개역판은 앞의 단어를 받아 “영으로”로 번역했으나 앞에서 언급한 죽음과 부활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더 좋다. 

“가서”(포류오마이의 단순과거분사)는 요한복음에서는 예수의 죽음을 ‘아버지에게로 가다’, 혹은 ‘떠나다’를 의미하는 회화적인 표현이다. 여기서는 죽음과 부활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에 옥에 갔다를 의미한다. ‘옥’(퓰라케)은, 고대 세계상에 의하면, 지하세계(지옥, 저승)로 나쁜 영들, 귀신들, 죽은 자들의 감옥이다.

‘영들’(프뉴마신: 복수)은 여기처럼 규정되지 않고 관사 없이 사용될 때는 항상 나쁜 영들이나 타락한 천사 등의 비인간적인(?) 초월 존재를 언급한다. ‘전하다’(케뤼쏘)는 구약과 후기 고대 성서언어에서도 사용되었는데, 이것이 초기기독교의 후기시대에 기독교 사상을 걸머지는 내용들로 채워졌다. 부활하신 분이 옥에 있는 자들에게 설교한다. 벌의 선언이 아니라 사탄과 죽음에 대한 승리의 표시로 구원의 복음 선포이다.

이 구절은 에녹서에 나타난 지구상에 존재하는 악의 근원으로서 타락한 천사의 신화를 채용하여 그리스도에게 적용하였다. 하나님과 동행하다가 하늘로 올리운 에녹은 타락하고 반역한 악의 근원인 천사들에게 가서 파멸을 선언했다. 베드로전서의 배경에 있는 초기기독교 전승에서는 이 에녹을 예수 그리스도로 대체한다.

본문이 이어받은 이 기독교 전승에 의하면 에녹과는 달리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여 모든 악한 권세들에 승리하고 하나님 우편에 앉아 우주의 주가 되실 그리스도는 그들에게 내려가 그들에게도 구원의 복음을 선포했다. 이렇게 왕적인 능력이 제한 없이 우주 도처에 충만한 예수 그리스도만이 그리스도인들이 신뢰할만한 유일한 분이시다. 4번째 해석이 올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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