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부탁으로 찾아 온 이창제 전도사

1932년 봄에 경성성서학원을 다니는 이창제 전도사가 고향에 교회를 세우기 위해 예산읍에 왔다. 이 전도사는 예산 군청 앞에 있는 유치원이 넓고, 주일에는 공부를 안하는 것을 알고 매월 얼마씩 주기로 하고 전도한 사람들을 모아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이 전도사가 평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 북을 치고 노래를 부르면 당시 구경거리가 별로 없는 시절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특히 어린이들이 더 많았다. 이 전도사는 사람들이 모두 죄인이고 지옥에 갈 수 밖에 없지만 예수를 믿으면 구원 받는다는 설교를 했다. 어린이들은 무슨 말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 아이들 중에 박우린이 있었는데, 광제당 박완종 한의사의 아들이었다.

하루는 우린이가 “전도사님, 예수 믿으면 왜 좋은지 가르쳐 주세요.” 했다. “그래, 지금 가르쳐 줄까?” “지금 저 진달래 동산에 아이들이 많아요. 같이 가서 저 아이들과 함께 가르쳐 주세요.” “그래, 그러자.” 이 전도사는 우린과 함께 동산에 올라갔다. 동산에는 진달래가 붉게 가득 피어 아름다웠다. 우린은 구경하는 아이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이 전도사는 아이들에게 전도설교보다 성경동화를 통해 흥미를 끌기로 했다. 그래서 하나님이 천지를 만드신 말씀을 이야기식으로 재미있게 했다. 아이들은 아주 재미있어 했다. 그래서 매일 오후에 여기에서 동화 얘기를 하기로 약속했다. 이 전도사는 며칠 동안 아브라함 얘기, 이삭 얘기, 야곱 얘기들을 했다. 소문이 나서 갈수록 아이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 전도사는 토요일에 “이제 내일은 군청 앞 유치원에서 모인다. 내일 점심 먹고 오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주일 오후, 유치원에 아이들이 가득 모였다. 그 중에는 어른들도 몇 사람 있었다. 이 전도사는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적고, 주일학교 학생이 되었다며 박수하고 환영했다. 그래서 ‘예산성결교회’라는 간판을 달았다.

박우린은 친구들 중 가장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 친구들도 많이 전도해서 데려오기도 했다. 어른들은 몇 명이 안 되었지만 아이들은 유치원 마루방에 가득 모였다. 그래서 성경 동화를 많이 했고 아이들은 그 중에서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다.

하루는 이 전도사에게 우린이가 말했다. “전도사님. 교회에 다니는 것이 좋아요. 그런데 왜 어른들은 별로 없어요?” “응, 어른들은 아직 재미를 못 느껴서 그래. 재미를 알면 우린이처럼 열심히 다닐꺼야.” 그러자 우린이는 자기 아버지를 찾아가서 전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며칠 후, 토요일 오후에 이 전도사가 광제당 한의원을 찾아갔다. 손님이 별로 없어서 금방 차례가 되자 그는 박완종 한의사 앞에 앉았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지요?” 한의사가 묻자, “저는 병이 있어서 온 게 아닙니다. 박우린이라는 아이가 아버지이신 선생님께 전도해 달라고 부탁해서 왔습니다.” “우린이가요?” “예. 저는 예산성결교회 이창제 전도사입니다”라고 이 전도사는 정중히 인사했다. 한의사는 유심히 이 전도사를 살폈다. 매우 예의가 있어보였다.

“전도요? 난, 타고난 유교 신자입니다. 예수교는 안 믿습니다.” 박완종 씨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저도 타고난 유교신자였습니다. 선생님이 예수님을 모르시니까 그러시겠지요.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누구든지 예수를 믿으면 구원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이것이 큰 축복입니다. 내일 아침 11시에 군청 앞에 있는 성결교회로 나오시면 더 깊은 진리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 전도사는 그렇게 말하고, 급히 나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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