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특수교육의 선구자 광성교회 '누리학교'
장애 영·유아 특수교육 18년
특별한 사랑으로 학교 운영

서울 지하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4번 출구에 있는 누리학교(교장 박인숙 사모). 겉에서만 보면 평범한 유치원 같지만 광성교회(김재운 목사)가 장애 영유아를 위해 세운 특수학교이다. 하지만 ‘특수학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장애인 특수학교가 이렇게 도시 한 가운데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장애인 시설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지금도 특수학교를 세울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겨난 현상이다.

누리학교는 1998년 4월 29일 광성교회 교육관에서 시작됐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돌봐줄 데도 없는 만 4~7세 장애 유아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가엾게 여긴 당시 담임 이완택 목사(광성교회 원로)가  특수교육기관으로 정부로부터 인가받았다. 기독교 정신을 토대로 한 교육을 통해 청각장애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적 자립 능력을 갖추고, 그리스도의 품성을 기르도록 하자는 게 설립 목적이었다.

처음에는 해맑은 아이들의 마음을 지키고 꿈을 키운다는 의미에서 ‘해맑은’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지금은 학교명을 '누리학교'로 바뀌었다. 설립 후 약 18년이 지나는 동안 이 누리학교는 광성교회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사역이 됐다.

서울에 3곳 뿐인 영유아 특수교육기관

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교육기관은 전국에 170개에 불과하다. 그중 영·유아를 위한 특수학교는 서울에 3곳뿐이다.

모두 광성교회처럼 교회가 설립했다. 당시 광성교회의 규모와 형편에서 영유아를 위한 특수학교를 설립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누리학교에는 광성교회 교인들의 사랑과 희생, 수고와 헌신이 녹아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이 땅 가운데 드러내고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써 교회가 가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우선, 교육관 4층 전체를 누리학교를 위해 내놓아야 했다. 다음세대 교육을 위해 어렵게 건축한 교육관을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교회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장애 아동들을 위해 통째로 바쳤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교회당 지하에 있는 식당과 교육공간도 평일에는 누리학교 차지가 됐다.

여기에는 이완택 목사의 목회관과 그것을 계승해 발전시키고자 노력한 후임 김재운 목사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김 목사의 부인인 박인숙 사모도 교직에서 은퇴한 후 무보수로 누리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박 사모가 교장이 되면서 누리학교는 기독교적인 색채가 더 짙어지고, 교회와의 소통과 협력도 더 원활해 졌다.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교육환경과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현재 누리학교에서는 30명의 아이들이 교육받고 있다. 여기에 다니는 아이들은 다 큰 성인이 되어도 7살 이상의 지능을 갖기가 어렵지만 일반적인 정서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자라고 성장한다. 사실 요즘 키우기 힘든 비장애 아이들에 비해 이렇게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기 드물게 귀한 아이들이다.

해맑은 아이들의 꽃밭
누리학교는 해맑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자라는 꽃밭이다. 이곳에서 만큼은 장애아이들도 편견 없이 충분한 사랑을 받고 행복을 누리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기 위해 30명의 교직원들이 아이들을 사랑과 믿음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정기·비정기적으로 모여 예배를 드리고, 아이들의 기도제목을 함께 나누며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 누리학교 김남희 교감은 “장애아이들을 인내하며 기다려주고 잘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이 교사들의 가장 큰 역할이며, 이를 위해선 기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교육 발전 우수학교 지정
누리학교 교육의 목적 중 하나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사회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통합교육’도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바로 협력기관과의 협의, 전화와 인터넷 홈페이지, SNS 등의 다양한 방법과 협력을 통해 교육과정의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누리학교는 장애 영·유아들을 가르치는 곳인 만큼 이들을 보다 잘 교육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누리학교의 이런 연구와 시도는 실제 지난 2012·2013학년도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정한 연구학교(서울형 통합교육중점학교)가 되면서 명품교육을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3학년도 특수교육발전우수학교와 학교평가우수학교로 각각 선정돼 서울시 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밖에 누리학교는 아동 중심 교육활동과 수업 개선활동, 나눔활동, 학교 공동체 참여활동, 방과후학교, 안전·보건교육, 독서·인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연령과 발달 수준, 특히 장애 정도와 행동의 특성을 고려해 이뤄지고 있다. 당연히 누리학교의 인기는 최고이다. 입학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원보다 더 받고 있을 정도이다.

학부모 위로와 치유도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건 비단 누리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만이 아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아파하고 걱정하는 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장애 아이들 못지 않게 부모들도 케어가 필요하다.

박인숙 교장은 “아아들을 학교를 보내면서도 부모들은 여전히 아파하고 우리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이런 부모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학부모 기도회를 열고, 상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박 교장은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약한 이들을 찾아가셨다. 누리학교도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본받아 장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만약 내 자식에게 장애가 있다면 어떨까’하는 점을 마음에 새기며, 예수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재운 목사도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소수의 장애인들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가진 것을 사회와 나누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 지는 것 역시 교회가 최선을 다해야 할 사명”이라고 말했다.

장애 아이들이 누리학교에서 만큼은 예수님의 사랑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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