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9.11 테러사태가 발생했을 때 제리 폴웰이라는 목사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를 추적하여 주님의 이름으로 사살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의 말이 기독교 신앙에서 용납될 수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할 마음은 없다. 다만 목사의 신분이면서도 자신의 분노를, 대중에게 영합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여과 없이 표출시킨 용기만은 가상하다면 가상하다.

▨… 그 제리 폴웰 목사를 향해서, “제리 폴웰이 예배하는 하나님은 편협하고 역겨운 그 자신보다도 훨씬 편협하고 역겨운 하나님이다. 그리고 얄궂게도, 성경을 손에 쥐고 그토록 가증스럽고 잔인한 충고를 자랑스레 늘어놓을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실제로는 예수의 하나님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님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욕한다고 해서 자기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독설을 퍼부은 목사도 있었다.

▨… 앞의 글은 데이비슨 뢰어의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에서 인용한 것이지만, 미국 기독교계의 한 단면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극단적인 보수성향의 근본주의가 아직도 그 영향력을 과시하는가 하면 저들의 신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독설도 가차없는 비판으로 제시되어지는 것이 미국사회 그리고 교회의 풍토이다.

▨… 데이비슨 뢰어 목사는 부시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침없이 강펀치 날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부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삶을 변화시켰다고-(실제로 대통령 선거전에서 그렇게 말했다)-주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수는 그의 정치를 변화시키지는 못한 것처럼 보인다.” 권력을, 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비판할 수 있는 풍토는 한 두 사람이 목숨을 건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 누군가 말했다. 한 번도 정의로웠던 적 없는 사람이 정의를 말하고 사람을 사랑하기 보다는 이용하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 사랑을 말하는 설교를 듣기 보다는 지옥에 있는 것이 낫다고. 장로 대통령이 하는 일이니 입을 다물고 목사들이 하는 일이니 눈을 감아버리고. 굳이 뢰어를 흉내낸다면, 하나님의 말씀이 믿지 않는 자들의 마음은 감화감동시켜 변화시키는데 믿음을 가졌다는 자들에겐 도통 효력이 없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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