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여성혐오에 대한 기독교의 반성 SHALL WE OVERCOME?’이란 주제로 포럼을 14일 개최했다.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논의를 기독교적 시각으로 풀고, 이에 대한 교회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실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차별은 '과거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직도 많은 영역에서 거듭되고 있다. 온갖 여성 비하 표현과 혐오감을 담은 글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고, 여성들에 대한 물리적 폭력도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 4대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은 2013년에 90%를 넘어섰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잘못된 풍토가 만연한 탓이다. 남성 우월적이고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의 구조가 이런 범죄의 단초였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의 여성 비하와 혐오라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회 내에도 뿌리 깊은 여성차별 역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성서의 가르침에 대한 교회의 이런 잘못된 신학적 이해와 전통,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지난 날 교회의 가부장적 제도와 행태가 여성 혐오를 부추겼던 측면도 있어 교회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장신대 김은혜 교수는 포럼에서 “초기 기독교 신학은 남성을 끊임없이 죄의 나락으로 이끌어 파멸시키고 지옥으로 떨어지게 하는 그런 비인간적 육체의 상징으로 여성을 보게 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지금도 남성 중심적 기독교 신앙이 여전히 한국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성경에서 여성에 대한 기록을 가부장적 사회의 관점에서 해석하거나 여성혐오를 여전히 걸러내지 못하고 여성을 남성보다 부족한 존재, 남성을 유혹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한국교회는 부정할 수 없음이 사실이다.

여성은 교회 내에서 잠잠하고 남성에게 복종해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성차별적 문화를 아직도 극복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안타깝다. 아직도 교회는 대다수가 여성이지만 여 장로가 없는 교회가 훨씬 더 많다. 교단의 여성 총회 대의원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같은 사실만 봐도 한국교회에서 여성은 여전히 차별받고 냉대받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지수는 세계 110권 밖에 있을 정도로 뒤처져 있는데, 우리 사회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한국교회의 양성평등 의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지금이라도 그 해답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여성혐오에 대한 근원적 책임을 통감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여남 불평등문화 인식을 양성평등의 문화로 변화시키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교회 질서와 제도와 정책부터 먼저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뿌리 깊이 내재해 있는 신학적 전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실제적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끊임없는 의식의 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회자를 비롯한 교회 내 남성들은 성차별적 설교와 언행, 여성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고쳐야 한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사회도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다. 교회에서부터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젠 교회가 여성 혐오와 양성불평등 실태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여성을 혐오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인식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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