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청소년에게 사랑 담은 식사대접
방황하는 청소년 위한 진로·고민 상담도

점심과 저녁, 역 주변에 가면 노숙인과 어르신을 위해 여러 단체가 배식 봉사에 나선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무료 밥차는 잘 찾아 볼 수 없다. 서울서지방 서광교회는 지난 5월부터 화요일마다 청소년을 위한 밥차를 운영하며 배고픈 청소년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이들의 진로와 비전을 위한 상담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청소년 다 모여라
7월 12일 저녁, 서울 연신내역 6번 출구로 나오자 구수한 밥 내음이 풍겼다. 서광교회(이상대 목사)가 운영하는 ‘서광 청소년 토닥토닥 밥차’가 선 날이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 밥을 굶는 아이,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식사를 거르거나 대충 때우는 청소년, 학업에 쫓겨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청소년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게 하자는 게 밥차의 취지이다. 

공원 한편에 설치된 3동의 이동식 천막에서 오후 6시~9시 청소년 100여 명에게 따뜻한 저녁식사를 제공한다. 청소년이면 누구나 대환영이다.

이날도 밥차 봉사에 나선 성도들이 지나가는 청소년들에게 “얘들아 밥 먹고 가”라고 쉼 없이 외쳐댔다.
처음에는 별로 손님이 없나 싶더니 오후 7시를 넘기자 청소년들이 하나둘 밥차로 들어왔다.

대개 한 번씩 밥을 먹어본 학생들이다. 둥그런 접시가 거의 차도록 밥과 반찬을 담은 청소년들은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밥을 먹었다. 

고등학생 박태수·김동현 군은 밥차 단골손님이다. 이날 친구 한 명을 새로 데리고 왔다. 셋이 열심히 밥을 먹는 사이 학교 동아리 친구가 또 들어왔다. 밥차가 소문이 나면서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이 많아졌다.  

박 군은 “평소 밥을 거르거나 햄버거로 때울 때가 많았는데 화요일은 밥걱정이 없다”고 미소 지었다. 학교 댄스동아리 멤버인 박 군은 이곳에서 화려한 춤실력을 선보인 적도 있다. 친구들과 댄스 얘기를 하다가 흥에 겨워 저절로 춤을 춘 것. 박 군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친구들과 물빛공원에서 댄스대회를 여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청소년 밥차에 대한 홍보를 돕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밥차에 가끔 예기치 않은 손님도 찾아온다. 노숙인들이 찾아와 밥이나 반찬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것.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은 청소년을 위한 밥차라고 설명하지만 보통 5분 정도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날도 한 노숙인이 종이컵을 내밀며 “김치를 담아달라”고 요구해 봉사자들을 힘들게 했다.

밥 먹고 고민도 해결
서광교회는 밥차를 시작하기 전 타 지역 청소년 밥차 사례를 면밀히 분석했다. 단순한 밥차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비전을 심어주는 공간으로 준비했다.     

장소는 청소년 유동인구가 많은 연신내역 물빛공원으로 정했다. 연신내역 인근에는 세명컴퓨터고, 연신중, 신도중·고, 동명여고, 동명여자정보산업고, 선일여고, 대성중·고, 선정고, 예일여고, 예일디자인고 등 중학교, 고등학교가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밥차 사역에 대한 성도들도 반응도 뜨거웠다. 밥을 굶는 아이들이 있다는 소리에 내 자식 챙기듯 나섰다.

서광교회는 효율적 봉사를 위해 시설팀, 쉐프팀(조리), 배식팀, 홍보팀, 피니쉬팀(설거지)으로 사역을 나누었다. 자영업 종사나 전업주부 등 낮부터 시간을 낼 수 있는 성도는 설치, 조리 등을 맡고 저녁시간만 가능한 성도들은 배식과 설거지를 맡는 식이다.

군대 취사반 출신인 쉐프팀장 김광호 안수집사는 아내 조명순 권사와 함께 장보기부터 음식 조리까지 도맡았다. 화요일 낮에 재료준비를 끝내고 3시부터 팀원들과 1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그는 “군대 취사반에서 수백 명 분을 조리한 주특기를 살리고 있다”며 “아내와 딸이 함께 봉사하고 있어 가족 단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밥차는 밥만 먹고 가는 곳이 아니라 청소년들의 고민 상담소 역할도 하고 있다. 밥차가 서는 날 (주)케이로드넘버원, 은평교육복지센터, 은평혁신교육지원단, 엔젤스헤이븐, 희망플랜은평센터 등 10여 개 사회적기업과 청소년기관이 돌아가며 협력 봉사를 벌인다. 청소년들에게 네일아트, 팔찌와 반지 만들기 등을 제공하면서 상담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교회 사회복지위원장인 곽미영 집사가 이들 기관을 모았다. 곽 집사는 “가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이 식사를 하러 온다”며 “이런 청소년들을 만나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밥차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사회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8명 중 1명은 빈곤층 가정에 속해 식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면 빈곤 청소년들은 배고픈 현실보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키우지 못하는 것이 더 힘들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대접하면서 꿈을 심어주는 서광 청소년 토닥토닥 밥차는 배고픈 청소년, 꿈을 잃고 방황하는 다음세대에게 한줄기 희망의 ‘서광’을 비추는 아름다운 사역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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