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곤 목사
제가 국립대전현충원 합동안장식의 기독교(개신교) 종교집전을 맡게 된지도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국립대전현충원에는 매일 국가유공자들의 합동안장식이 거행되는데, 순서 가운데 종교집전이 있습니다. 기독교(개신교) 불교 천주교 그리고 원불교 이렇게 4개의 종교가 순서대로 종교의식을 진행합니다.

우리 개신교는 각 교단의 추천을 받은 30분의 목사님들이 현충원에서 위촉을 받아 매일 순서대로 진행을 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순서가 돌아옵니다.

합동안장식은 앞 연단에 고인들의 유골함을 모셔놓고 회중석에는 유가족과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엄숙히 진행됩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호국영령들에 대한 묵념 등이 지나면 이어서 종교의식이 진행됩니다. 그러면 4개 종단의 성직자들이 나와서 각 종교의 의식을 하죠.

종 혹은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는 스님,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며 때론 음율 있는 기도문을 낭독하는 사제, 불교와는 많이 다르게 기도문을 낭독하는 원불교 교무. 이렇게 다양한 종교와 함께 의식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다른 3개의 종교와 우리 개신교의 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종교에서는 집전자가 유골함이 있는 정면을 향해서 즉 고인을 향해서 종교 의식을 행하지만, 우리 개신교는 반대로 뒤로 돌아서 즉 회중을 향해서 의식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순서 도우미는 개신교의 순서가 오면 자동적으로 마이크의 방향을 반대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이고, 가장 중요한 차이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기독교(개신교)는 ‘죽은 자’를 향한 종교가 아니라 ‘산 자’를 향한 종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죽음의 종교가 아니라 부활의 종교입니다. 죽은 자의 영혼은 하나님께 맡기고 이제 남은 자들을 위로하고 권면하며 천국의 소망을 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장례 예식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마 8:22)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간 이전 일이 아닌, 현재 그리고 이후의 일을 바라보고 기대하며 집중하는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후회’라는 말보다는 ‘기대’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지난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용서해 주시고 잊어 주십니다. 그리고 항상 ‘오늘 여기에’ 새로운 기대감으로 주님과 함께 살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사명입니다.

오늘 본문은 흔히 말하는 예수님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입니다. 강도만난 자를 그냥 지나쳤던 제사장 및 레위인과 그를 도와주었던 사마리아인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일, 이 사람을 나의 사명으로 보았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차이입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모든 것이 나의 사명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사역지입니다.
지금 이 자리를 외면한 채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사명은 내 앞에 있는 바로 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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