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99% 성결의 섬, 암태·자은·팔금
섬 23개 교회 중 성결교회 22곳

▲ 80여 년 전 복음이 뿌려진 후 성결교회는 지역과 함께 묵묵히 성장했다. 사진은 처음으로 세워진 도창교회.
전남 신안 압해도에서 배로 20여 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이곳에 있는 23개 교회 중 22곳이 성결교회이다. 이렇게 한 지역에 같은 교단 교회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곳은 한국교회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성결교회가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에는 선배 신앙인들의 눈물어린 헌신과 사역이 숨겨져 있다.

들불처럼 퍼진 복음의 열매

▲ 암태제일교회
이 지역에서 성결교회가 가장 먼저 생긴 곳은 암태도였다. 일제시대 일본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복음교회 소속 윤성덕 목사가 암태도 송곡리에 복음을 전한 것이 시초였다. 이후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1929년 암태도 도창리에 도창교회가 처음 세워졌다.

이어 약 6년간 4㎞를 걸어서 도창교회에 다니던 송곡리 신자들이 1935년 송곡교회(현 암태제일교회)를 세웠다. 이후 암태중앙교회, 당사교회, 중부교회, 오상교회 등이 암태지역에 개척되었다. 특히 송곡교회는 각 교회들이 개척되는 데 일조하면서 지역의 복음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암태도 옆에 위치한 팔금도에 처음 세워진 성결교회는 팔금 원산교회(이상조 목사)이다. 1938년 당시 암태도 도창리 출신이었던 김귀례 씨가 팔금으로 시집을 와서 이웃을 전도하고 원산교회를 세운 것이다. 이후 청장년 30여 명, 교회학교 학생 60명이 출석할 정도로 교회는 빠르게 성장하며 지역에 복음을 전했다.

자은도에는 가장 늦은 1948년 성결교회가 세워졌다. 당시 최석모 총회장이 보낸 교회개척 자금으로 마을회관을 매입했으며 자은교회(현 자은제일교회)가 세워졌다. 이후 유천교회, 자은동부교회 등이 개척되어 복음전도에 동참했다.

제사 아닌 예배를 드려라

▲ 암태중앙교회
교회가 빠르게 세워진 만큼 지역 주민들의 신앙심도 깊어졌다. 섬지역의 특성상 매일 굿판이 벌어지고 토속신앙이 깊었던 지역에 찾아 온 가장 큰 변화는 무당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찬송가가 울려 퍼진 것이었다.
또한 전라도 말로 ‘메뚜기 이마빡’ 같이 사나웠던 인심도 함께 나누며 섬기는 곳으로 변화되었고 척박했던 농토는 주민들의 열성적인 농사로 기름진 땅으로 바뀌어 열매를 맺게 되었다.

윤종열 원로장로(암태제일교회)는 “출항하기 전에 한 쪽에서는 굿판을 벌이고 한 쪽에서는 예배를 드렸는데 예배를 드린 배만 만선이 되어 돌아왔다”며 “시골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효과가 최고였는데 하나님께서 그렇게 복음을 전하게 하신 것 같다”고 회고했다.

복음이 전해지면서 찾아온 변화는 이뿐이 아니었다. 매 겨울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도박에 빠져 있던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 시작했고, 흉흉한 섬마을은 범죄없는 마을로 변화되었다. 무엇보다 교회 일이라면 신자인든지 비신자이든지 할 것 없이 모두 힘을 모아 협력했다.

지금 세워진 교회들도 대부분 주민들의 손과 발로 지어진 것이다. 크레인이 이곳에 들어온 것이 1997년이었으니 이전까지는 철저하게 사람의 힘을 의지할 수 밖에 없었는데 모든 주민들이 교회건축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또한 6·25전쟁으로 지역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외부에서 구호품을 가져와 지역을 섬기며 식료품을 나눈 곳도 바로 교회였다.

▲ 자은 신광교회

윤 장로는 “교회는 예배를 드리는 장소이자 동네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 마음으로 의지하며 따랐던 곳이었다”며 “이런 신앙심이 지금도 이어져 비기독교인들도 추도예배를 드리지는 않아도 제사를 드리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지역 섬기며 성장한 성결교회
지금도 성결교회는 지역복음화와 다음세대 사역, 해외선교에 힘쓰며 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지역의 첫 교회였던 도창교회(곽준호 목사)는 꾸준히 지역의 복음화에 힘쓰고 있으며 암태제일교회(김범웅 목사)는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교회학교 예배를 드리며, 다음세대 사역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백운교회(류정호 목사) 찬양단을 초청해 찬양제를 여는 등 청소년과 젊은 세대를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암태중앙교회(정석희 목사)는 선교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각 구역별로 선교지를 선택해 해외선교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모를 중심으로 여성 트리오를 조직해 지역행사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물하고 있다.

자은지역에서는 자은제일교회(안원대 목사)가 모교회로 든든히 서있으며, 자은동부교회(지영태 목사)도 100여 명의 성도들이 출석하며 지역복음화에 힘쓰고 있다. 신광교회(최장원 목사)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선교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 제자훈련 등을 시도 중이다.

▲ 암태중앙교회

지역의 특성을 살려 노인복지에 힘쓰는 교회들도 있다. 팔금중앙교회(정춘호 목사), 자은새중앙교회(조준경 목사)는 노인대학을 운영하며 노인복지에 주력하고 있다. 이 밖에 다른 교회들도 작지만 건강한 교회로 자리잡았다. 또한 여름이면 연합 성경학교를 열어 청소년과 교회학교 학생들의 신앙 성장에 힘쓰고 있으며 연합 수련회로 성결교회의 정체성을 되새기며 알리고 있다.

선배 신앙인들의 헌신 기억해야
이곳의 교회들이 지난 80여 년 동안 성결교회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름 없는 선배 신앙인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목회자 사례도 주지 못할 만큼 가난한 교회에 부임해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헌신했던 목회자들이 있었으며, 사역자가 없으면 평신도들이 예배를 집례하며 교회를 지켰다.

일제시대 교회가 폐쇄되는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몰래 집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잃지 않았고 다른 교회에서 애경사가 있을 때마다 나룻배를 타고 다니면서 서로를 격려하며 연합의 정신을 이어왔다.

▲ 팔금원산교회
양중호 원로장로(자은동부교회)는 “이곳에 성결교회 밖에 없는 이유는 다른 것에 있지 않다”며 “모두가 기피하는 소외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이름도 없이 복음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쁘게 드렸던 신앙선배들의 노력이 지금의 성결교회를 있게 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 성결교회들은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하며 준비 중이다. 압해도에서 암태를 잇는 다리가 완공되면 귀농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과거 신앙선배들의 헌신으로 세워진 성결교회가 현재의 어려움을 넘어 미래에는 다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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