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속 깊이 있는 조용한 수양관에서 이민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했었다. “우리 목사들끼리 모였으니까 한 번 탁 터놓고 말해 봅시다. 목회의 가장 큰 장애물이 뭐죠? 무엇 한 가지만 없으면 목회는 할 만할지 한 가지씩 공개해 보세요.”

그러자 “설교만 없으면 목회는 할 만합니다”라는 대답이 기다렸다는 듯이 따발총 쏘듯 터져 나왔다. 모두가 박장대소를 하며 발로 마루바닥을 쿵쿵쿵 두들겼다. 이어서 봇물이 터졌다. “새벽기도만 없다면, 떠나겠다고 협박하는 신자만 없다면, 잔소리 퍼붓는 사모만 없다면, 회 치고 제일 맛없는 당회만 없다면, 헌금은 안 하고 고용주 노릇하는 장로들만 없다면, 신자 도둑질해가는 한인교회만 가까이 없다면, 담임목사와 경쟁하려는 부목사만 없다면…” 이민 목회자들은 예수님처럼 ‘현장언어’로 털어놓았다. 시원하게 털어놓고 나자 참석자들의 얼굴은 현저히 밝아졌다. 

이보다 훨씬 앞서 1970년대 말이었다. 콜로라도에서 열린 목회자 세미나에서는 백인교회를 담임하는 한국인 목사가 최고 인기 강사였다. 그 때만 해도 영어교회를 담임하는 코리안 목사가 미 전역에 다섯 명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인교회는 담임목사에게 한 달은 계속 교육, 한 달은 휴가를 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교육비와 휴가비도 따로 준단다.

한 참석자가 물었다. “한인교포교회는 담임목사가 두 주일만 떠나도 예배참석자와 헌금이 확 주는데 백인교회는 그런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면 그 두 달 동안 설교는 누가 하느냐고 다른 목사가 물었다. “제가 녹음해 놓고 갑니다. 그러면 예배 시간에 신자들은 그 녹음테이프 설교를 듣게 됩니다.” 그 때는 DVD는 없던 때였다. 그러자 어떤 참석자가 좀 큰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역시 미국목회 할 만하네. 한인교회 같으면 그 주일에 신자 하나도 안 올 걸. 자기들의 녹음기만 미리 갖다 놓고 땡땡이 칠 거니까…” 폭소와 박수가 또 한 번 천장을 들썩였다.

그런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목사들의 설교 고민이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시원한 소식이다. ‘알파고’인가 뭔가 하는 인공지능이 바둑계를 휩쓸더니 이번에는 인공지능 질 왓슨이 조지아 공대 온라인 수업에서 명 조교 역할을 했단다. 학생들이 쏟아놓은 1만 개의 질문 가운데 4000개를 명쾌하게 대답했다니 말이다.

게다가 그가 인공지능 강사인 줄은 아무도 낌새를 못 챘다. 또 인공지능 변호사의 출현도 예고되고 있다. 이 정도면 이제 인공지능 설교자를 세울 날이 성큼 다가섰다고 확언할 수 있지 않은가. 목회에서 가장 스트레스 많은 문제가 단박에 해결될 태세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목사 후보생이 현저히 줄어서 신학대학원들이 줄줄이 폐교 위기이다. 하지만 설교문제만 해결되면 목회후보생들도 더 몰려들리라. 목사는 소명이 기본이지만 여건도 맞아야 된다. 이제 담임목사의 역할은 인공지능설교자에게 좋은 자료만 입력시키면 된다.

성경말씀은 물론, 웨슬리, 스펄전, 빌리 그래함 등의 저명한 설교를 제공하면 그가 완벽한 설교를 해 내리라. 설교가 시원치 않다며 사임압력을 받는 목사들의 가슴이 사뭇 후련하게 되었다. 종교는 원래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는 일에 가장 둔감하지만 이번만은 재빨리 실현될 것 같은 예감도 든다. 게다가 저비용 고효율 아닌가.

그런데 그게 전부일까? 설교자의 최대 자격은 예수성과 성령성을 갖추는 일이다. 인격과 영성으로 설교한다는 뜻이다. 만약 다음 주일부터 인공지능 목사가 설교한다면 그 설교에 은혜 받고 눈물 줄줄 흘리며 예수님을 꼭 닮은 새 사람으로 변화될까. 혹시 사람신자들은 모두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인공지능신자들만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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